한때 ‘윤리적 소비’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내 돈이라도 내 맘대로 쓰지 말고,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기업이나 제품에 돈을 쓰자는 취지였다. 개인의 도덕성을 지극히 강조하는 단어여서 그런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무거운 구닥다리로 전락해 그런지, 어쨌든 요즘엔 입에 올리는 이가 드물다. 그럼에도 ‘돈쭐’(착한 기업·상점의 제품을 열심히 사는 것), ‘미닝아웃’(Meaning+Coming out, 취향이나 신념을 소비로 드러내는 것) 같은 소비자 윤리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분명 사라지지 않았다. 생산자 쪽에서 봐도 이에스지(ESG: 기업의 비재무적 평가 지표인 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업 경영의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 데이’ 마케팅을 벌인 스타벅스는 이런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 모욕당한 당사자인 광주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각지에서 ‘탈벅’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나서 이벤트나 공동사업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정용진 회장의 과거 ‘멸콩’ 글, 스타벅스의 세월호 참사 10주기 마케팅까지 파묘되며 분노는 더 확산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최대 주주인 이마트 주가는 ‘탱크 데이’ 논란 이후 25%가량 빠졌다. 이대로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사라지거나, 최대 주주가 바뀔까? 또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스타벅스가 거듭날까?
지난해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을 보면, 꼭 그렇진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산업재해 은폐 논란까지 번지며 ‘탈팡’이 이어졌지만, 이런 움직임은 석달 만에 사그라들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였던 결제추정금액도, 지난 3월엔 5조7136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2% 늘었다. 그동안 쿠팡이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들끓는 감정이 시간이 지나며 진정되면, 스타벅스도 이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엔 극우들과 국민의힘 일부가 ‘탱크’에 올라탔다. ‘정부의 대응이 과하다’는 지적을 넘어, ‘스타벅스를 성지로 만들자’는 선동이 난무한다. 학살자 전두환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진, 가짜 옛날 신문 등 인공지능을 활용해 5·18을 왜곡·조롱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윤리적 소비의 반대편에 극우의 혐오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어느 쪽의 힘이 더 셀지, 두고 볼 일이다.
조혜정 디지털뉴스팀 기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