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스나이더·메건 루니·한 빙 회화 16점…타데우스 로팍 서울서
[타데우스 로팍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추상 회화로 물질성과 감각, 기억을 탐구하는 여성 작가 3인의 단체전 '마음의 눈'(That Inward Eye)이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조앤 스나이더(86)와 메건 루니(41), 한 빙(40) 등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자라고 활동해 온 세 작가의 회화 16점을 통해 독특한 작업 방식과 교차점, 차이를 조명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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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추상 작가인 스나이더는 자전적 경험과 자연, 물질의 속성을 화면 안에서 흘러내리고 번지고 요동치는 극도로 감정적인 붓질로 엮어낸다. 젖음과 마름, 부드러움과 단단함, 밝음과 어두움 같은 이분법적 대립 요소들을 작품 안에서 증폭시키거나 해체해 화면 자체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다룬다.
2012년 작 '왜냐하면'은 스나이더 특유의 격렬한 물질감과 감정의 층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짙은 보랏빛 화면 위에 노랑과 흰색, 붉은 색채가 떠오르듯 배치됐다. 꽃이나 세포, 혹은 우주 이미지처럼 보이는 형상들이 화면을 채운다. 두껍게 올린 물감과 흘러내린 자국이 뒤엉켜 에너지를 뿜어내며 화면 곳곳에 남겨진 얼룩과 번짐, 긁힌 흔적은 감각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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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루니는 회화를 신체와 물질이 충돌하는 물리적 과정이자 시간과 감각이 쌓이는 흔적으로 인식하는 작가다. 캔버스에 물감과 파스텔, 오일 스틱을 겹겹이 쌓은 뒤 전동 사포로 갈아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화면에는 쌓였다 사라지는 흔적들이 공존하고 시간과 감각이 축적된다.
신작 '골짜기와 언덕 너머'는 루니 특유의 쌓기와 갈아내기 과정이 응축된 작품이다.
화면 전반을 지배하는 청록과 녹색 계열의 색채 위로 분홍과 보라, 어두운 색이 겹겹이 쌓이며 풍경처럼 펼쳐진다. 색과 형상은 고정되지 않고 흐르듯 이어지며, 화면은 기억과 감각이 중첩된 내면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지난 22일 전시장을 찾은 루니는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미술 작업이나 감상도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며 "시간을 들여 천천히 진행되는 작업인 만큼 여유를 갖고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작가 메건 루니가 22일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5.25. laecorp@yna.co.kr
중국에서 태어나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 빙은 여러 도시에서 벽이나 전봇대 등에 포스터나 광고지가 겹겹이 붙었다가 떼어진 흔적들에서 예기치 못한 시각적 구성에 매료됐다.
그는 도시에서 얻은 포스터나 광고지, 신문지에 물감을 묻힌 뒤 캔버스나 신문지에 붙였다가 떼어내는 작업을 반복해 화면을 구성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도시마다 다른 풍경과 감각이 화면에 축적된다고 한 빙은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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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작 '내가 몰랐던 것'은 한 빙 특유의 작업 방식을 통해 이미지의 경계를 해체한 작품이다. 뉴욕타임스 지면 위로 강렬한 오렌지와 파랑, 노랑의 안료가 겹겹이 덧입혀지며 원래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가리고 다시 드러낸다. 물감은 번지고 튀며 표면을 침범하고, 인쇄된 정보는 지워지거나 왜곡되면서 새로운 시각적 층위를 형성한다. 서로 다른 매체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화면은 단일한 서사를 거부하고, 도시의 파편적 기억과 감각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으로 확장된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작가 한 빙이 22일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5.25.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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