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공공재'…노동장관이 삼성 초과이윤 배분을 꺼낸 이유는
머니투데이
![]()
정부가 민간 기업의 경영 활동 결과물인 영업이익을 사실상의 '분배 대상'으로 규정하고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사 교섭 과정을 언급하며 던진 "반도체는 공공재", "초과이윤의 사회적 재분배" 발언은 시장경제의 핵심인 사유재산권과 경영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을 낳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노동부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은 노사의 헌신에 더해 모든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합쳐진 결과"라며 "세금과 재무·판관비 등을 빼고 남은, 전통적 문법을 뛰어넘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정책'이라 명명하고 오는 6월 1일 노동부 주관의 긴급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기업 이익이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투자한 주주와 경영 성과를 낸 기업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인프라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이윤을 공공의 것으로 보는 논리는 세금을 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인프라를 이용하는 기업에 대한 이중 과세라는 비판이다.
이 같은 분배 압박이 지속될 경우 기업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소극적인 경영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는 호황기에 벌어들인 초과이윤을 불황기에 대비한 연구·개발(R&D)과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에 쏟아부어야 생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정부 기조에 맞춰 이윤을 임의로 쪼개기 시작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은 세금과 재무·판관비 등을 제외한 이윤의 분배를 거론했지만 어디까지가 기업의 '정당한'이윤이고 어디서부터가 '초과'이윤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비용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전부 초과 이윤으로 볼 경우 극단적으로 보면 기업이 재투자할 비용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다.
사회연대임금이라는 명칭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란 노사 간 직접 계약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받는 금원을 의미한다. 사회연대임금은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 무관하게 사용자의 지출을 추가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기존 법의 논리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파장이 커지자 노동부는 김 장관의 초과이윤 재분배 발언에 대해 맥락을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이윤 처분에 정부가 개입하거나 일방적인 가이드라인을 주겠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다"라며 "유례없는 초과이윤이 발생했을 때 원하청 간 상생 협력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보자는 폭넓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는 지역 전력 인프라부터 재정, 세제 지원까지 엄청난 혜택을 받는 산업이다. 이런 성격을 감안해 원·하청 상생에 대해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사회적 논의를 해 보자는 취지"라며 "정부가 왜 개별 노사 문제에 개입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다 보니 나온 이야기"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개별 기업의 이윤에 대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관 발언의 요지는 초과이윤 환수가 아니라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분배를 통해 하청·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 방안을 고민하자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양극화 해소라는 장관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더라도 제시된 방안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데다 민간 기업에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조회 0·스크랩 0·공유 0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