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6호선 효창공원역 인근 사거리. 마주 본 거리를 중심으로 용문동과 효창동으로 갈리는 이곳은 평일 낮에도 유동 인구로 북적였다. 구도심과 신축 아파트 단지가 공존하는 용산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심으로 꼽힌다. 그만큼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대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은퇴 세대 등 다양한 사람이 찾거나 터를 잡고 살아간다.
이런 용광로 같은 특성은 용산이 대표적인 ‘스윙보터’로 분류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용산과 비슷한 면모를 지닌 다른 지역으로는 마포, 영등포, 광진, 동작, 성동, 강동 등이 거론된다. 서울시장 선거 최대 승부처로 거론되는 ‘한강벨트’를 구성하는 곳들이다. 6·3 지방선거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이날 한강벨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표의 향방을 두고 팽팽히 저울질하고 있었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여당 견제론’과 ‘야당 심판론’이 뒤섞이며 민심이 출렁이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정치 신인’으로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험과 역량을 향한 의구심과 5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피로감이 표출됐다.
용산역에서 산책 중이던 한모(76) 씨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15년 동안 집 한 채가 안 지어졌다”며 “이렇게 넓은 땅을 그냥 놀게 하면 안 되는데 시장이 잘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정 후보가 일을 잘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꼼꼼하게 일 잘할 것처럼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용문동에서 5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이모(78) 씨는 “입법 독주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어느 한쪽으로만 흘러가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이 씨는 “정 후보는 성동구청장으로 잘했지만 ‘시장이 돼서도 잘할까’라는 생각이 들고 오 후보는 시장으로서 무난했지만 ‘오래 했으니 바뀔 때가 됐나’ 싶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부동산 문제 중에서도 집값과 재개발·재건축 사업, 주거 공급 방안 등에 주목했다. 다만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실행할 적임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영등포에서 나고 자랐다는 자영업자 강모(52) 씨는 “오 후보는 예전부터 부동산과 관련해 재개발과 재건축에서 공급이나 규제 완화로 얘기한 것으로 안다”며 “임기가 이어져 정책이 함께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영등포의 한 재개발 구역에 거주한다는 김모(40) 씨는 “오 후보가 공급을 많이 하거나 재개발·재건축을 밀어줄 거라고 하지만, 현 정부와는 반대 기조이기 때문에 엇박자로 나가면 서울시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신혼 전셋집을 영등포에 마련했다는 직장인 이모(34) 씨도 “집값과 전셋값 모두 올라 이사 갈 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와중에 같은 당 사람이 서울시장이 돼도 대통령 말을 거스르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과 서소문 철거 고가차도 붕괴 사고 등으로 중대 이슈로 떠오른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를 정쟁화하는 모습은 불쾌감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동작에서 약 8년간 거주 중이라는 직장인 한모(34) 씨는 “근본적으로 비극적 사고를 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GTX-A 삼성역 문제도 절차와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됐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비화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2030 세대에서는 투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어느 후보에게도 관심을 주고 있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부동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승부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강동구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유모(27) 씨는 “나와 주변 친구들은 누가 선거에 나오는지 잘 모른다”라며 “투표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삶에 실감나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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