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서만형 엠트리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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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기르고 번식시키는 양돈업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먹거리 산업 중 하나이자 전세계 시장 규모가 약 1800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열악하고 사람의 노동력과 경험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양돈 현장에 AI(인공지능)와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이식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양돈업을 넘어 축산 혁신의 미래를 그리는 '엠트리센'(M3SEN)이다.
서만형 엠트리센 대표는 산업 자동화 전문회사에서 25년간 라이다(LiDAR) 센서를 개발해 온 엔지니어 출신으로 축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규모 곡물·농축산물 다국적 기업인 '카길'(Cargill)을 만나면서 인생의 궤도가 달라졌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용 천장형 라이다 감지 시스템을 상용화한 서만형 대표에게 카길 측은 사일로(사료 저장탑)에 쌓인 수십~수백 톤의 곡물 재고를 비접촉으로 측정해 달라는 의뢰를 했다. 당시 국내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실패한 과제였다.
서 대표가 라이다를 입체 스캐닝 방식으로 응용해 3개월 만에 세계 최초의 레이저 기반 질량 측정기를 구현하면서 카길과의 협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양돈 산업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체감한 그는 축산 AX(인공지능 전환)의 가능성을 확신해 엠트리센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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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낙후된 양돈 산업 바꿀 유일한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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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명에는 서 대표의 기술 철학이 집약돼 있다. 'M'은 창업 당시 핵심 키워드였던 머신러닝, '3'은 센싱·데이터·싱킹(AI)을, SEN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원천인 센서(Sensor)를 뜻한다. 최근에는 액추에이션(로보틱스)까지 결합해 'AI가 직접 일하는 축산'을 완성해 가고 있다.
서 대표는 "양돈은 단일 품목 기준 자동차 다음으로 큰 시장"이라며 "국내에서도 양돈은 농업 생산액의 17%인 약 10조원으로 단일 품목 1위, 농가당 평균 매출은 20억원,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하는 사실상 기업형 산업"이라고 했다.
다만 양돈은 3D보다 심각한 '4D 업종'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환경이라는 것에 더해 도심으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Distance)을 추가했다.
서 대표는 "양돈 현장에서 한국인 종사자는 거의 사라졌고 외국인 근로자가 80%를 차지하지만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며 "수요는 확고한데 관리할 사람이 없는 만큼 AI 데이터 기반의 정밀 사육과 자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돼지는 연간 약 3회의 출산 사이클을 돌며 한 번에 15마리 내외의 새끼를 낳는데 이 과정에서의 정밀한 관리가 곧 생산성으로 직결된다"며 "비정형·이동성·지능을 갖춘 동물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AI 기술은 낙후된 양돈 산업을 바꿀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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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골든타임 지키는 AI, 생산성 12%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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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트리센의 주력 제품은 '딥아이즈'와 '딥스캔'이다. 딥아이즈는 돼지의 분만 과정을 24시간 실시간으로 감지해 새끼 출생, 분만 간격, 모돈(임신한 돼지)의 기립 횟수, 사료 섭취량까지 자동으로 측정한다.
특히 난산이나 사산 위급 상황 시 관리자에게 즉시 알림을 보낸다. 서 대표는 "사람이 밤새 지킬 수 없는 분만의 골든타임을 AI가 대신 지켜줌으로써 폐사율을 낮추고 생산성을 약 12%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했다"고 했다.
딥스캔은 천장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한 대의 카메라로 모돈의 등판을 3차원 스캐닝해 '등 각도'를 측정하고 지방 총량과 체형을 분석한다. 획득한 데이터에 맞춰 사료 급여량을 자동 조절함으로써 모돈의 건강과 다음 임신 성공률을 극대화한다.
엠트리센은 여기에 더해 AI 기반 임신 판독 솔루션 '딥소닉'과 포유모돈 자동급이기 '딥피드'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갓 태어난 새끼를 그리퍼로 보온 구역에 옮기는 케어 로봇을 국가 연구사업으로 개발하는 등 양돈 전 공정의 AX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엠트리센의 강점은 단순히 AI 알고리즘에 그치지 않고 축사라는 극한 환경을 견뎌내는 하드웨어 기술력에 있다. 암모니아 가스로 인한 장비 부식을 막기 위해 특수 코팅을 적용하고, 카메라 렌즈에 파리가 앉지 못하도록 소형 프로펠러를 장착하는 등 현장 중심의 디테일을 더했다.
서 대표는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데이터가 들어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장치의 신뢰성이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돈 150년 역사에서 풀리지 않은 세 가지 숙원이 분만 감지, 모돈 체형 관리, 비육돈 체중·출하 판정"이라며 "엠트리센은 앞의 두 가지를 해결했고 세 번째는 내년 하반기 중 솔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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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50개 농가 확산… '미국·베트남·일본'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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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엠트리센의 솔루션은 전국 150여개 농가에 보급됐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3040 세대 젊은 경영인들은 농장에 들어가지 않고 태블릿으로 모든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이 솔루션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7년 전 '돼지에 AI를 적용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비웃었다"며 "카길과의 협업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카길 거래 농장 500곳이 첫 레퍼런스가 됐고 농촌진흥청·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파트너로 자리 잡으면서 평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카길과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미국, 베트남, 일본을 우선 타깃으로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미 베트남과 덴마크에서는 PoC(기술실증)을 마쳤다.
서 대표는 "품종이 표준화돼 있어 제품의 범용성이 높고 인건비가 높은 국가에서 자동화 수요가 크다"며 "카길 및 글로벌 종돈 회사들과의 제휴를 발판 삼아 단계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가 사업을 통해 이루려는 1차 목표는 한국 양돈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한국 양돈의 핵심 지표인 MSY(모돈 한 마리당 연간 출하 두수)는 18마리로, 덴마크(32마리)의 절반 수준"이라며 "이를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양돈을 '사육'에서 '단백질 변환' 산업으로 재정의한다는 목표다. 서 대표는 "돼지는 곡물(탄수화물)을 양질의 단백질로 바꿔주는 동물"이라며 "이 변환 과정을 반도체 공장처럼 정밀 제어 환경으로 바꿔 인류에게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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