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좀비기업에 묶인 자원…중소기업 투자·고용 발목 잡는다
SBS Biz

국내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정상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는 '혼잡효과'를 유발하고 있으며, 특히 소규모 중소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소속 이경태 금융통화연구실 차장(부연구위원)이 오늘(15일) 발표한 'BOK경제연구 :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상기업의 투자·고용·생산성·수익성이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2009~2023년 국세청 법인세 신고자료를 활용해 외부감사 대상 기업(외감기업)뿐 아니라 비외감 중소기업(비외감 기업)까지 포함한 행정 전수자료를 분석했습니다. 한계기업은 업력 5년 이상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ICR)이 3년 연속 1을 밑도는 기업으로 정의했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1 미만이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만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분석 결과 기업 수 기준으로는 비외감 한계기업이 외감 한계기업보다 많았지만, 경제 전체 자산과 금융부채 측면에서는 외감 한계기업의 영향력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총자산 가운데 외감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비외감 한계기업(2.3%)의 두 배 수준이었습니다. 금융부채 역시 외감 한계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한계기업 관련 부채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까지 포함하면 한계기업 금융부채의 상당 부분이 특정 업종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p 높아질 경우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성장률은 약 0.14~0.18%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부정적 영향은 2~3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특히 혼잡효과는 기업 규모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외감 정상기업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반면, 비외감 중소기업은 투자와 고용, 매출 성장 등이 크게 둔화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차장은 "경제적 자원은 소수의 대형 한계기업에 묶여 있는 반면, 피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정상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계기업 퇴출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가령, 한계기업의 25%가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총요소생산성(TFP)은 0.2%, 부가가치는 0.3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다만, 한계기업 퇴출 과정에서 정상기업의 약 0.3%가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한계기업 문제의 책임이 중소기업 전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형 한계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계기업 구조조정 논의가 소규모 기업에 대한 일률적인 지원 축소가 아니라 대형 한계기업의 적시 정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차장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적시 퇴출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상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보완정책을 사전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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