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자산 성적표를 바꾸는 힘, '사후 이의신청' 아닌 '사전 준비'에 있다
머니투데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가장 가슴 졸이는 순간은 언제일까. 단연 내 소중한 재산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종전자산 감정평가 결과'를 받아들 때다.
평생 일궈온 내 집과 땅의 가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밀려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비대위나 단체 대화방에서는 "당장 이의신청을 해서 금액을 올려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곤 한다. 하지만 수많은 정비사업 현장을 마주해 온 전문가로서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이 있다. 이미 통지된 종전자산 감정평가 결과를 뒤집고 금액을 올리는 '이의신청'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필자의 사무소에서 철저한 사안 검토와 현장 검증 등을 통해 종전자산평가에 대한 이의신청을 진행하여 극적으로 감정평가액을 증액시킨 성공 사례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의 개별적 특성에 따른 '결정적 틈새'를 잡아냈을 때의 이야기이며, 개별 자산의 절대적 가치보다 조합원 간의 '상대적 비율'을 맞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정비사업의 종전자산 평가에서 단순히 "내 집 값이 주변 시세보다 낮다"는 주관적인 억울함만으로는 수천 명의 이해관계가 얽힌 전체 판을 흔들기 어려운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다만 무턱대고 감정적인 이의신청서부터 제출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지위'에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접근 전략을 세워야 한다.
첫째,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며 분양신청을 할 예정인 이들이다. 이들에게 종전자산 평가는 내가 낼 '분담금'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이때 이의신청을 고민한다면 내 부동산의 구체적인 특성(도로 조건, 이용 상황, 형상 등)에 따라 해당 사업구역 내에서 상대적 저평가 여부를 정밀하게 비교·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분양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을 선택하려는 이들이다. 이들은 조합과의 관계가 '동업자'에서 '대립 관계'로 바뀐다. 현금청산자에게는 종전자산 평가액이 곧 내가 받아 나갈 '보상금'의 시발점이 된다. 따라서 이의신청 단계에서부터 장기적인 측면에서 향후 이어질 보상금 증액을 위한 감정평가적 논리와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 일이 다 터지고 나서야 전문가를 찾는다는 사실이다.가장 똑똑한 대응은 종전자산 평가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알아보고 방어하는 것이다. 이때는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
정비사업의 감정평가 공식 절차가 개시되기 전, 내 부동산이 가진 고유한 강점이 가치에 녹아들어 숫자로 표현되도록 미리 경험 많은 감정평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미 종전자산 감정평가는 나왔고, 수긍하기가 어려운 입장이라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전문가에게 내용에 대한 검토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 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박효정 감정평가사·행정사
조회 0·스크랩 0·공유 0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