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레오14세 교황 단독 면담…방북 제안한 듯
한겨레
바티칸을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한반도 평화를 위해 레오 14세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청 사도궁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30분여간 단독 면담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면담 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과 정부의 구상을 교황에게 말했고,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와 화해 목표를 위한 변함없는 지지와 관심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어 “이 대통령과 교황은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 대회를 계기로 교황에게 정중히 방한 초청을 했다”고 말했다.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톨릭 청년 행사로 2027년 서울에서 열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청이나 교황이 발신하는 한반도 화해와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특히 교황이 방한해 세계청년대회에서 그런 메시지를 발신한다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면담 중 교황에게 적당한 계기에 방북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내년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뒤 이때를 전후해 방북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은 주고받기식의 대화를 하시는 스타일이 아니고 주로 경청하신다고 하는데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방북하려면) 북한의 초청이 있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 기념 연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저는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만나 이 대회를 거론하며 “(교황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오시는 길에 북한도 한번 들러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전날 바티칸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에서 (교황을) 초청하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교황님이 미국 출신이니 예전보다 북-미 관계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교황 면담 뒤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도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관계 대화 재개, 한반도에서의 화해 차원에서 (교황 방북이) 제기가 됐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좀 복잡한 문제다. 북한에 가는 문제를 밖에서 간다고 하기가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면담에서 “남북관계가 지금은 단절돼서 어렵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추진할 것이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파롤린 국무원장은 “인내뿐만 아니라 희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교황에게 ‘하느님의 품’ 조각상과 백자 다용도 합을 선물했다.
바티칸/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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