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에 16명이 갇혀 있고, 뒤편에 작은 화장실이 딸려 있습니다. 잠을 자기 너무 힘듭니다. 대부분 수면제를 복용합니다.”
2025년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던 카메룬 출신의 난민 신청자 ㄱ씨가 증언을 시작하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ㄱ씨는 외국인보호소가 여전히 ‘추방’을 종용할 목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은 불친절합니다. 구금자들이 난민 신청 절차를 취소하고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죠. 한번은 스트레스로 동료가 쓰러졌는데도 ‘그냥 앉아 있으라’고만 했습니다. 스트레스, 슬픔, 비탄으로 가득 찬 곳입니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는 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정 출입국관리법 시행 1년 사례보고회’를 열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법 개정 이후로도 여전히 지속되는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침해 실태를 전했다. 온전하지 않은 법 개정 탓에 장기 구금, 아동 구금 문제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출입국관리법 등을 위반했거나 난민 신청 중인 외국인은 법무부 산하 외국인보호소 등에 구금된다. 2023년 헌법재판소는 구금 기간에 제한이 없고, 독립적인 심사 기관이 없었던 외국인보호제도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무기한 구금’ 등을 폐지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돼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이들은 법 개정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헌재 결정 취지와 달리 외국인보호소에서 여러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구금 기간이 길다는 점을 들었다. 개정된 법은 구금 기한을 2개월로 정하고, 외국인보호위원회 승인을 받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최대 기한인 9개월씩 구금돼 ‘불필요한 구금을 해선 안 된다’는 헌재 결정 취지가 퇴색됐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한나현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 활동가는 “외국인보호위원회의 지난해 보호 기간 연장 불승인율은 5.3%에 불과하다”며 “9개월은 ‘최대’ 기간일 뿐이지만, 형기를 채우듯이 대부분 최대 기한까지 연장한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법으로도, 최대 20개월까지 구금이 가능한 난민 신청자 상황은 더 열악하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난민 신청자는 박해 위험이 있는 본국으로의 송환과 장기 구금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며 “(장기 구금은) 난민 신청자의 권리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동 구금’ 제한은 개정된 법에 아예 담기지 않았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은 18살 미만 이주 아동 구금을 금지한다. 구금만으로도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던 아랍어권 미성년자인 ㄴ군은 “40~50대 어른 25명과 한방에서 지냈는데, 실수를 하면 욕설이 쏟아졌다”고 증언했다. 2023년 수원 출입국·외국인청에서는 20여일간 구금된 몽골 국적 3살 아동이 식사를 거부한 채 벽만 보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상현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과연 무엇이 달라졌나’ 하는 의문이 든다. 아동 구금과 난민 장기 구금 문제는 법 개정 당시 헌재 결정이나 유엔 권고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국회는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한국의 이주구금제도를 헌법과 인권 가치에 부합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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