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웃나라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남아공 대표팀의 ‘패배’를 기원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날 체코-남아공전을 관람하던 케냐 나이로비의 한 술집에선 손님들이 보통 같은 아프리카팀을 응원하던 ‘전통’을 깨고 상대팀 체코를 응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를 보던 사람들은 남아공 대표팀이 실축할 때마다 환호를 쏟아냈다. 한 케냐 시민은 “축구에선 모든 게 정치다. 우린 남아공의 행태에 반대한다는 걸 남아공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아에프페 기자에게 말했다. 또다른 시민은 “다른 모든 아프리카팀은 응원한다. 남아공은 (행동에) 대가가 따른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남아공에서 ‘반이민’ 정서가 팽배해지며 다른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추방 시위·폭력 사태가 빚어진 데 따른 반발이다. 실업률이 높은 남아공에서는 최근 이민자 추방 요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온라인에선 다른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을 향한 혐오 발언이 횡행한다. 남아공 주요 도시에선 불만을 품은 이들이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을 집단 폭행하거나, 의심되는 이들을 붙잡고 합법체류 증빙 서류를 보이라고 강요하는 일이 벌어졌다. 남부 도시 모셀베이에서는 폭력 사태로 최소 2명이 사망했다.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민 단속을 펼쳐 2745명을 추방했다. 이 사태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충격을 안겼고, 케냐를 비롯해 아프리카 다른 나라 축구 팬들은 남아공의 조별리그 상대팀인 멕시코, 체코 등을 응원하기에 이르렀다. 25일 한국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남아공-멕시코 조별 경기 1차전에서 멕시코가 승리하자, 소셜미디어에는 남아공을 제외한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멕시코 국기로 뒤덮은 지도를 나타낸 조롱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를 일컫는 말)이 삽시간에 퍼졌다. 가나의 유명 유튜버 워드 마야는 “대륙 전체가 아프로-멕시칸”이라며 팬들에게 “(멕시코에서 쓰는) 스페인어로 댓글을 달아야겠다”고 농담했다. 이브라힘 사니 다라 아프리카축구연맹 대변인마저 엑스(X)에 “아프리카를 학대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축복을 바라느냐”는 글을 올리며 동참했다.
특히 같은 유색인종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여론이 더 좋지 않다. 이날 나이로비 술집에서 기자를 만난 한 탄자니아 시민은 “아파르트헤이트(과거 남아공 백인 정권이 시행한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 때도 탄자니아는 남아공 흑인들을 지지했다. 일자리가 없다고 해서 아프리카인을 공격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다른 케냐 시민은 “소수 행동 때문에 나라 전체를 판단할 순 없다”며 아프리카 팀 전체를 응원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남아공 축구를 향한 조롱과 비난이 커지자, 남아공 축구협회는 ‘자국 선수를 향한 무분별한 온라인 괴롭힘과 폭언은 용납할 수 없다’는 규탄 성명을 냈다. 남아공 대표팀 주장 론웰 윌리엄스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상처가 되는 건 사실”이라며 “축구 선수로 본연의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정치에 휘말려 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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