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헬리콥터와 군용기가 시험지를 나르고, 은행 직원들이 주말 출근을 해 시험지를 지켰다. 시험장 주변에는 경찰과 준군사조직까지 배치됐다. 인도에서 유례없는 ‘의과대학 입학 자격시험(NEET-UG)’ 재시험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21일(현지시각) 인도 정부의 전폭 지원 속에 220만명의 응시생이 시험장 5440곳에서 의대 재시험을 치렀다고 인도 방송사 엔디티브이(NDTV) 등이 보도했다. 인도에선 고교 졸업 뒤 의대에 진학하려면 매년 국가시험관리청(NTA)이 주관하는 이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 지난달 3일 치른 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재시험이 결정 났다.
인도군은 공군기를 동원, 평소 몇주나 걸리는 시험지 전국 배송 작업을 며칠 만에 마쳤다. 경찰과 준군사조직이 시험장당 40~50명씩 보안 인력으로 배치됐다. 시험장 주변엔 전파 방해 장치가 설치됐고, 응시자들은 지문·홍채 인증에 더해, 새로 추가된 안면 인식 검사까지 거쳐야 시험장에 입실할 수 있었다. 교실 안 폐회로카메라(CCTV) 13만8560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을 치렀다. 은행 지점 약 1500곳에서 시험지를 받아 보관했고, 답안지는 우체국 700개 지점이 수거한다. 아비셰크 싱 국가시험관리청장은 “국가 기구 전체가 시험지를 보호하기 위해 동원됐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시험 전날(20일) 전국 모의훈련까지 벌였다.
메신저 앱 텔레그램도 차단됐다. 당국은 텔레그램 내 부정행위 채널이 다수 확인됐고, 시험문제를 알려주겠다는 사기 행위가 속출하고 있다며 오는 30일까지 차단을 명령했다.
인도에선 이 시험을 놓고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2024년엔 보통 2~3명 수준 만점자가 무려 67명이 나와 논란이 있었다. 올해 5월 의대 시험 유출 주범은 시험 출제에 관여했던 화학 강사였다. 그는 지난 4월 비밀 특강을 열어 수십만루피(수백만원)에 달하는 대가를 받고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새로 재시험 문제를 낸 출제진은 외부와 단절된 보안 시설에 격리되어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다만 국민적 분노가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재시험을 치르게 된 20살 알리야 잘랄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번 시험을 잘 치렀는데, 재시험 때문에 너무 불안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인도 대법원장이 청년 실업자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 5월 출범한 ‘바퀴벌레국민당’은 이번 일로 교육부 장관 퇴진 운동을 펼치며 지지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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