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제약산업이 성숙하지 않았던 30여 년 전부터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유지해온 제약공장이 있다. 국내 제약공장 중 유일하게 모든 품목에 제조실행시스템(MES)을 적용하며,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Paperless) 전력의 16%를 자체 생산한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독 공장 이야기다.
본지는 최근 한독 공장과 의약박물관을 방문해 한독의 생산 역량과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를 둘러봤다. 한독 공장은 기존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서 1994년 현재 위치인 충북 음성 대풍산업단지에 새롭게 준공됐다. 소염진통 파스 ‘케토톱’과 소화제 ‘훼스탈’ 등 한독의 대다수 제품은 물론, 글로벌 빅파마의 의약품도 위탁생산(CMO)한다.
한독 공장은 부지 약 9만840㎡ 규모로 연간 고형제 20억정, 외용액제 150만톤, 플라스타 4억2000만매를 제조할 수 있다. 특히 공장은 17개국 GMP 인증을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파트너사의 350여개 제품을 대상으로 품질관리(QC)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규모와 글로벌 역량은 한독의 설립 배경에 있다. 한독은 독일 훽스트와 기술제휴를 맺고 1964년 합작회사가 됐다. 이후 훽스트가 프랑스 제약사와 합병하면서 아벤티스로 새롭게 출범했으며, 다시 2005년 아벤티스가 사노피에 인수되면서 한독과 사노피는 한 식구가 됐다. 한독이 2012년 독자경영에 나서며 두 회사의 합작 관계는 막을 내렸지만, 현재까지 CMO와 마케팅 등 파트너십을 유지 중이다.

한독 생산본부를 이끄는 우영아 상무는 “한독이 글로벌 기업과 합작법인으로 시작된 만큼, 공장은 설립 당시부터 국내 GMP는 물론 수출을 위한 글로벌 기준도 충족하는 공정을 갖췄다”라며 “생산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종이 서류 없이 전산화해 관리하며, GMP에 상당히 강한 시스템을 운영한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GMP와 전산화에 집중한 덕분에 한독은 AI 전환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AI 도입과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필수 요소인 데이터 완결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달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독은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정부 지원 사업에 다수 선정돼 공정을 자율화·고도화하고 있다. 케토톱 생산 라인에는 사람 대신 ‘로봇팔’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무인운반차(AGV) 여러 대가 신호음을 내며 질서 있게 창고를 오갔다.

우 상무는 “고형제 포장을 자동화하면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품질관리를 더욱 정교하게 하고, 포장을 마친 제품은 사람의 힘 없이 자동으로 운반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라며 “생산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기록 및 제어하는 디지털 트윈 인프라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기술 도입만큼 한독이 몰두하는 분야는 환경이다. 한독은 2000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정부로부터 ‘녹색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공장은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축열식 소각로(RTO)를 갖추고 있었으며, 건물 옥상과 주차장 등 곳곳에 대형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한독 생산본부에서 환경 안전을 담당하는 김학진 팀장은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휘발성 화학물질이나 가스가 발생하는데, 누출되면 근로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물론 대기오염 문제도 생긴다”라며 “RTO는 이를 초고온에서 완전히 태우는 방식으로 공기의 질을 유지해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팀장은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의 약 16%를 태양광 설비를 통해 자체 충당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한독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ESG 경영에 지속해서 투자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로 비용을 절감하고, 설비에 재투자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생산 효율성을 향상하는 선순환이 한독 공장의 자랑거리다.
김 팀장은 “노후화한 설비를 교체하고, 폐수 처리 시설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약 30%의 직간접적인 비용을 절감했으며, 그 효과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서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10% 이상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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