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폭로했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내란 가담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특별검사팀은 홍 전 차장이 국정원의 실세로 비상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경찰청 연락체계 구축, 미 중앙정보국(CIA·시아이에이) 메시지 전달 과정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홍 전 차장 쪽은 이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 종합특검, ‘국정원, 경찰청 파견’ 메모 주목…홍 “국정원 내 파견 빈자리 확인한 것”
종합특검팀이 주목하는 대목은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전화를 받은 뒤 실제 어떤 조처를 했느냐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2024년 12월3일 밤 국정원 정무직 회의 직후 1차장 산하 부서장 회의를 열어 방첩사·경찰청 등과의 연락체계 구축 등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홍 전 차장이 “방첩사를 도우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이든 무조건 도우라”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후속 조처에 나섰다는 것이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관할하는 1차장 산하 실무자의 메모에서 ‘국정원 요원을 경찰에 파견’ 등의 내용을 발견하고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 인력을 경찰로 파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고 있다.
반면 홍 전 차장 쪽은 이런 의심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1차장 산하에는 방첩사·경찰청·소방청 등 유관기관 인력이 파견된 센터와 상황실 등 상설기구가 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해당 상설기구에 경찰청 파견자가 공석이었기 때문에 이 빈자리가 언제 채워질지 확인해보자는 정도의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 전 차장의 이 말이 1차장 산하 국장을 통해 하급자인 실무자들에게 전파되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식으로 기록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홍 전 차장은 자신이 맡았던 1차장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인 방첩사 자금 및 인력 지원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정원 인원의 계엄사령부 파견 등은 대공 업무를 총괄하는 2차장의 업무이며, 자금 운용은 기획조정실장의 몫이다. 홍 전 차장 쪽은 1차장은 국외정보를 담당하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방첩사 지원을 할 권한도 능력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조태용 전 국정원장은 2024년 12월 검찰 조사에서 “(홍 전 차장이 정무직 회의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나중에 2차장·기조실장으로부터 1차장이 ‘계엄이 되면 군이 다 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할 일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당일 밤 열린 정무직 회의 때 계엄시 국정원의 역할 등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 국정원-CIA 계엄 정당화 메시지도 쟁점…홍 쪽 “원장이 차장 패싱하고 지시”
홍 전 차장과 관련한 또다른 의혹은 12월4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계엄 정당화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다. 종합특검팀은 국정원이 비상계엄 다음날 오전 국가안보실로부터 ‘우방국가에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과 함께 한글 문건을 전달받았고, 1차장 산하 해외 담당 부서가 이를 영문으로 번역해 시아이에이 한국 담당자에게 직접 설명하는 과정에 홍 전 차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시아이에이에 계엄 정당화 문건이 전달되는 과정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전 차장 쪽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종합특검팀은 조 전 원장의 지시를 직접 받은 산하 국장이 홍 전 차장에게 “원장님이 이런 지시를 했다”고 구두로 전달했고, 홍 전 차장이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특검팀은 이를 홍 전 차장이 시아이에이 메시지 전달 과정을 보고받고 승인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홍 전 차장 쪽은 이를 확대 해석이라고 반박한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문제로 경황이 없어 해당 대화를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며, 설령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해도 산하 국장이 조 전 원장의 지시 내용을 통보한 것에 불과하고, 홍 전 차장에게 국정원장의 지시를 승인할 권한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국회 등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그는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고, 여인형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들었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이 증언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내란 사건 수사에서 핵심 근거로 활용됐다.
임철휘 기자 hw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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