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노선 갈등 격화, 비전·정책으로 건설적 경쟁 해야
한겨레
유시민 작가가 지난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대해 ‘지지층이 원했던 건 증축인데, 이 대통령이 하려는 건 재건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의 원래 정체성을 허물 정도로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에만 과도하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권 경쟁이 불붙는 가운데, 여권 내 ‘빅 스피커’인 유 작가가 가세하면서 여권 내부 갈등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정당 내 당권 경쟁은 불가피하다. 진영 통합과 외연 확장, 개혁과 포용의 관계 설정 등 노선 투쟁 또한 백안시할 이유가 없다. 다만 집권 세력답게 국민 불안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또한 가미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 2년차의 시작점임을 잊어선 안 된다.
유 작가는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3층집인데 (이 대통령이) 한층 더 올리는 것, 중도보수 쪽으로 가는 것은 모두가 오케이였다”며 “재건축하려면 기존 입주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말하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건 바람직하다. 문제는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검찰개혁 지연”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한 인물들을 기용한 인사 등을 그간 국정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 사례로 꼽았다. 그가 정치평론을 재개하겠다며 노무현재단 상임고문에서 물러난 만큼, 이런 주장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순 없다. 다만 “(대통령이) 철거 용역을 동원”했다며 직설적으로 공격하거나 “촉법 평론가” 등 반대 세력을 희화화한 것을 두고는 눈살을 찌푸린 국민도 없지 않을 것이다.
김민석 총리가 다음날 “내가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식의 과잉한 자신감”을 거론하는 등 여권 내 반발도 거세다. 유 작가가 비판한 이른바 ‘친명’ 유튜버들이 대거 역공에 나서면서, 지지층 내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건 당권 경쟁 국면에서 이런 갈등이 자칫 지지층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당권 주자들과 정치인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감정적 공방을 자제하고, 각자 노선을 비전과 정책으로 구체화해 지금의 갈등을 건설적 논쟁으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인화성이 큰 ‘보완수사권 폐지’는 원내 논의에 맡겨 소모적인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정치 유튜버들과 일반 지지층 또한 책임 의식과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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