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재건축 아파트 4만톤 폐기물, 청산자가 책임지라고?
머니투데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난관들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전의 한 재건축 조합에서는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약 4만톤의 매립폐기물을 발견했다. 해당 폐기물은 주공아파트 총 14개 동 아래에 5m 두께로 고르게 펼쳐져 있었는데 이는 1985년 최초 주공아파트 준공 당시 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하여 터를 고르고 지하주차장까지 만들어야 하는 재건축 조합은 25톤 덤프트럭 1600대 분량의 매립폐기물을 자비로 우선 처리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데 현재까지만 89억원을 사용한 상태이며, 현재 실제 원인자로 추정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대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불똥이 현금청산자에게도 튀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은 당시 소송 중인 모든 청산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폐기물은 각 아파트 아래에 묻혀있던 것으로서 이는 '매매목적물(부동산)'의 하자이니 소유자이자 매도인인 현금청산자가 그 처리비용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그 폐기물 처리비용 만큼은 청산자에게 줄 매매대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항변하였다.
예기치 못한 문제로 공사기간이 장기화되고 비용도 크게 늘어나게 된 재건축 조합은 조금이라도 손해를 전보할 목적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원소유자인 청산자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한 것인데, 실제로 선행 사건에서 몇몇 청산자들이 소송 대응에 포기하면서 폐기물 처리비용 일부를 자진 부담한 선례가 있기에 대전지방법원 재판부는 본 건 청산자들(필자의 의뢰인들)에게도 폐기물 관련 비용의 일부부담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위 사건의 청산자를 실제로 대리하며 아래 3가지를 적극 항변하였다. ① 민법 제580조 제1항 하자담보책임은 자유로운 계약관계에서 인정되는 '계약책임'이다. 재건축에서의 청산자를 대상으로 하는 매도청구 등이 민법상 매매계약에 준하는 법률효과를 만들어내기는 하나, 이는 자유로운 계약에 의한 것이 아니고 공법성이 강한 도시정비법 및 각 조합의 자치정관에 의하여 창설되는 것이며, 특히 현금청산자들에게는 정비사업에 반하여 매도를 거부할 자유조차 없다는 점, ② 실제로 우리 헌법재판소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현금청산자에 대한 강제매수를 사실상 공용수용적 성격으로 보고있다는 점, ③ 매립 쓰레기 처리 및 토지오염 정화비는 재건축 조합의 '사업비'에 속하는데 조합 주장의 실상은 자신의 사업비를 청산자에게 전가하겠다는 취지에 다름아니고, 무엇보다 사업비를 청산자들에게 부과하기 위하여는 절차적인 요건(총회 결의, 정관 등)이 필요한데 재건축조합은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전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26. 6. 10. 최종적으로 위 청산자 측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고, 재건축조합의 하자담보채권을 원인으로 한 매매대금 상계 및 공제 주장을 전부 기각하였다.
도시정비법상 청산절차는 조합과 청산자 간에 매매계약에 준하는 효력을 발생시키기는 하나 이는 엄연히 공법상의 강제매수권 발동이며 그 자체로 공용수용이다. 따라서 만연히 매매계약상의 민법상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점에서 위 판결는 매우 타당하다고 사료되며 향후에도 각종 청산소송에 참고가 될 만한 사례라고 사료된다. /글 법무법인 차율 이수희 대표변호사
조회 0·스크랩 0·공유 0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