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까지 불명예스러운 퇴장이었다. 북중미 현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원천 차단한 채 2분도 채 안 되는 입장문으로 사퇴를 발표했던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 땅을 밟는 순간까지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본진은 30일 이른 새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최종 34위라는 조별리그 탈락 대참사를 맞이한 홍 전 감독이 사퇴 발표 이후 국내 팬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새벽 시간임에도 공항에는 성난 축구 팬들과 취재진 등 300여 명이 몰려들었고, "홍명보 나가"라는 고함과 날 선 비판 구호가 입국장을 가득 채웠다.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입국장에 나타난 홍 전 감독은 분노한 팬들의 야유 속에서도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다. 현장에 대기하던 풀기자단이 참패 원인과 사퇴 소회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지며 따라붙었지만, 홍 전 감독은 끝내 단 한 마디의 답변도 남기지 않았다. 월드컵을 마친 사령탑이 귀국 현장에서 인터뷰 한 번 없이 도망치듯 공항을 빠져나간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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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귀국'은 이미 예견된 촌극이었다. 전날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 베이스캠프 현장에서 지켜본 사퇴 기자회견부터가 철저한 일방 통보였기 때문이다.
당초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사퇴 전날까지만 해도 현장 기자단에 오전 9시 30분 기자회견을 정상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당일 오전 9시가 되자 돌연 "취재진의 질의응답은 불가하다"며 일방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결국 현장에서 마주한 홍 전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오늘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는 사과문만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읽어 내려갔다.
특혜 의혹과 공정성 논란으로 얼룩졌던 지난 2년의 세월을 의식한 듯 홍 전 감독은 사과문을 통해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만이 유일한 의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늘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강조했다.
정작 전술적 유연성 결여와 경기력 파탄으로 자멸한 본선 무대의 과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단이나 복기를 생략했다. 그저 "감독은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에 오늘은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겠다.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한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는 말로 황급히 사퇴 선언을 끝마쳤다.
말뿐인 책임론이었다. 사과문 독백이 끝나자마자 홍 전 감독은 어떠한 부연 설명도 없이 서둘러 식장을 빠져나갔다.
게다가 홍 전 감독은 멕시코 현지 퇴장 당시 사과문을 읽은 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가는 모습이 포착돼 거센 태도 논란을 자초했다. 이어 국내 귀국길에서조차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거나 팬들 앞에 서지 않으면서 마지막 품격마저 스스로 내던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홍 전 감독과 선수단이 공항을 떠나고 약 40분 뒤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홀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 역시 이번 북중미 월드컵 참사와 감독 선임 파동 등 한국 축구 행정 붕괴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되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현장에 남은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정 회장을 향해 오물이 투척되는 소동까지 벌어졌지만, 정 회장 또한 대참사에 대한 사과나 설명 한마디 없이 성난 민심을 뒤로하고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사상 첫 48개국 무대에서 역대급 대진운을 잡고도 철저한 전술 부재로 자멸하며 1982년 이후 44년 만의 월드컵 역대 최저 순위라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남긴 홍명보호다. 멕시코 현지에서의 일방적인 사퇴 독백부터 인천공항에서의 침묵의 도주까지, 성난 국민들 앞에서 보여준 마지막 모습은 무책임한 회피와 도망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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