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협 이사장의 연임 제한을 우회하는 꼼수 통로는 법적 근거가 없는 고문제도뿐만이 아니었다. 전문성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법률에 근거를 두고 도입된 상임이사와 상임감사 제도마저 일부 조합에서 장기 재임과 낙하산 인사의 통로로 활용되면서 내부통제 기능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본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신협 상임임원 운영 실태'(2024년 8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 821개 신협 조합에는 상임이사 241명, 상임감사 165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임임원 제도 도입 이후 전국적인 운영 실태가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임이사·상임감사 제도는 2017년 신용협동조합법(신협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자산 규모 300억원 이상 조합은 상임이사를 둘 수 있고, 3000억원 이상 대형 조합은 경영 감시를 위해 상임감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운영 방식은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다. 조사 결과 현직 이사장 중 취임 전 상임이사를 지낸 사례는 59명에 달했다. 반대로 현직 상임이사 중 직전 경력이 이사장이었던 경우도 20명으로 파악됐다. 상임이사가 차기 이사장 자리를 승계하고, 연임 제한으로 퇴임한 이사장은 다시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겨 권력을 유지하는 '그들만의 회전문 인사' 구조가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수도권 신협의 22년 차 직원 윤모 씨는 “고문직이 최근 부각된 변칙 통로라면, 상임이사는 이사장의 장기 재임을 위해 소리 없이 활용돼 온 전통적 요직”이라며 “정치권에서 징검다리 당직을 거쳐 다시 선출직으로 복귀하는 편법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더 심각한 대목은 조합의 내부통제를 독립적으로 책임져야 할 상임감사 자리마저 오염됐다는 점이다. 현직 상임감사 165명의 직전 경력을 전수 분석한 결과, 신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69명으로 전체의 41.8%를 차지했다. 지역 조합을 엄격히 검사·감독해야 하는 중앙회 간부들이 퇴직 후 피감기관인 지역 조합의 상임감사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실태다.
17년 차 신협 직원 김모 씨는 “상임감사도 결국 이사회가 장악해 이사장이 입맛에 맞는 인물로 낙점하는 구조”라며 “지역 이사장들이 상행선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권력을 쥐고 있는데, 중앙회 출신 감사가 이사장을 어떻게 감시하고 견제하겠나. 애초부터 상호 묵인 구조”라고 폭로했다.
15년 차 직원 강모 씨 역시 “중앙회 퇴직 앞둔 직원이 정기 검사를 나오면 조합원들 사이에서 ‘감사 면접 보러 왔다’는 비아냥이 나온다”며 “상임감사는 이사장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독립성을 기대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상임감사는 이사장과 달리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 실제 현직 상임감사 165명 가운데 38명은 5년 이상 같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임임원을 두는 조합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이 같은 유착 구조는 더욱 고착화될 전망이다. 신협중앙회가 최근 다시 집계 중인 올해 초 기준 현황에 따르면 상임이사는 265명, 상임감사는 212명으로 크게 늘었다. 상임임원을 두는 조합이 증가하면서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오가는 인사 구조와 중앙회 출신 상임감사 규모 역시 이전보다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문성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도입된 상임이사·상임감사 제도가 일부 조합에서는 이사장의 장기 재임과 견제 기능 약화의 통로로 변질됐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이를 견제할 독립성과 책임성은 확보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조합 단위가 개별적으로 쪼개져 있기 때문에 내부통제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중앙회 입장에서는 직원 교육과 관리 체계를 더 철저히 하고, 독립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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