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 안 고쳐줬다고 '정서적 학대' 고소도…국회 청원에 4만명 동의
16년차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9월 아동학대로 고1 남학생 학부모에게 고소당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남학생은 동료 교사 수업 시간에 교실 문을 걸어잠갔다. 선생님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것. 그 이후엔 교실에 잉크를 뿌리고 책상과 바닥, 벽을 오염시키는 장난도 했다. 이미 비행 행동으로 경찰에 수차례 신고되고 훈방되기도 했었다.
A씨는 고민했다.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도하기로 맘 먹었다. "이 아이의 지도를 포기한다면 더 많은 학생들 권리가 보호 받지 못하니까요."
남학생을 교실로 불러 훈계했다. 규칙에 따라 필사하도록 지도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해당 남학생 학부모가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교실에 무단 침입해 괴롭혔다.
A씨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 신청했으나 '침해 아님'으로 결정이 났다. 그러자 학부모는 자기 애를 '정서적 학대'했다며 두 차례나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A씨 지인과 동료교사 120여명이 탄원서를 써줬다. 온라인에선 교사 1500여명이 탄원에 동참해줬다. 그럼에도 A씨는 약 1년간 수사와 조사를 받으며 우울과 불안에 시달렸다. 약 없이는 잠을 못 잘 정도였다.
━
학교생활기록부 안 고쳐준다며 '아동학대'로 고소하기도
━
지난 4월13일 A씨는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자회견서 이 같은 자신의 사례를 밝혔다.
다른 교사 B씨도 아동학대 신고로 겪은 피해 사실을 이날 털어놓았다. B씨가 1년 전 담임을 맡았던 학생의 사례였다.
해당 학생 학부모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정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생기부 수정 권한은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 있었다. 학부모는 생기부를 안 고쳐주면 아동학대로 고소할 수밖에 없단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날 학부모는 B씨를 고소했다. 6개월 뒤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그 기간 동안 B씨는 완전히 무너졌다. 교사로서의 의욕이 다 꺾였다. 동료들도 "어떻게 이런 일이 고소가 되느냐"고 했다. 함께 놀라고 위축됐다.
B씨는 이 같은 현실을 염려했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단 말이 있지요. 지도를 안 하면 신고당할 일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교실에서 학생들은 뭘 배울 수 있을까요. 이 잘못된 법과 제도를 개선해 주십시오."
━
'무고성 신고'에 대한 두려움이 교육을 위축시켜
━
지난달 5일에는 청원인 김모씨가 '아동복지법 개정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해선 아동학대서 제외토록 법안을 바꿔달란 거였다. 해당 청원에 한 달 여만에 4만5000명이 동의했다.
김씨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며 "무고성 신고에 대한 두려움이 교육을 위축시킨다. 대다수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 받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따라 법령이 부여한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을 지도하는 훈육마저 아동학대로 간주하지 않도록 아동복지법 제17조에 예외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학부모에게 고소당했단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이리 말했다.
"교사가 고소가 두려워 문제 행동을 방관하는 거야 말로, 국가가 아이에게 저지르는 가장 잔인한 정서 학대입니다. 저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제 딸에게 당당한 엄마이고 싶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