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여름동화'는 없었다…'전차군단' 독일의 몰락
연합뉴스
월드컵 3연속 16강 불발, '국민기업' 폭스바겐은 10만명 감원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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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네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마지막 우승은 2014년 브라질 대회다. 홈팀 브라질을 7-1로 무너뜨린 준결승전은 아직도 월드컵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경기로 축구팬들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에게 최고의 대회는 3위를 한 2006년 독일 월드컵이다. 독일 땅에서 한 달 넘게 전세계와 함께 축제를 즐기면서 나치 후유증으로 국가 상징을 멀리하던 사회 분위기도 잠시나마 달라졌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아직도 2006년 월드컵을 '여름동화'로 부르며 그리워한다. 여름동화라는 표현은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가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모국 프로이센의 군국주의와 권위적 민족주의를 비판한 서사시 '독일, 겨울동화'에서 왔다.
하지만 독일 축구는 이번에도 여름동화를 쓰기는커녕 하이네가 그린 암흑기를 이어갔다. 유니폼에 새겨진 별 네 개가 무색하게 세 차례 연속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3년 35살의 나이로 취임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천재 전술가로 불렸다. 하지만 전술이 오히려 선수들 능력 발휘를 가로막았다는 비판 속에 대회 직후 사퇴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축구와 국운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중국의 한 관영매체는 얼마 전 이런 자조 섞인 풍자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국 그리스와 2006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가 줄줄이 경제위기를 겪었으니 축구 성적과 국운이 반비례한다며 월드컵을 구경만 하는 자국 축구팬들을 다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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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위로도 요즘 독일에는 통하지 않을 듯하다. 월드컵 성적과 나라 살림이 함께 바닥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에콰도르에 1-2로 패해 이변의 희생양이 된 다음날 '국민기업' 폭스바겐이 최대 10만명을 감원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폭스바겐의 경영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자동차업계 역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은 독일 사회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중국과는 반대로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축구며 정치·경제가 거울처럼 서로 비춘다는 해석이 유행이다. 독일인들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조기 탈락한 축구 대표팀을 격려하자 "독일 축구가 이 나라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조소했다.
대표팀 새 감독이 된 위르겐 클롭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4년 뒤 월드컵 우승을 상상해보자면서 이렇게 말했다. "축구가 나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승하면) 날씨가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고, 메르츠가 꼭 모든 일을 잘못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