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둘러싼 정부의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주요 부처가 행사 경품 제외·업무협약 중단·정부 표창 취소 등 전방위로 스타벅스 지우기에 나서면서 이용에 부담을 느끼는 공무원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특정기업 불매를 주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국방부, 법무부 등은 스타벅스의 관련 행사가 5·18 폄훼 논란으로 이어지자 사실상 불매 작업에 나섰다.
스타벅스는 18일 '탱크 텀블러' 이벤트 과정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비판에 직면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논란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하고 공식 사과했지만 정부 주도의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스타벅스코리아의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각종 설문조사, 공모전 등 국민 참여 이벤트에 스타벅스 상품을 제공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불매를 선언했다. 중앙부처 수장이 특정 기업에 대한 불매를 공식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도 같은 날 엑스에 "스타벅스코리아에 깊은 유감과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특히 보훈부는 최근 2~3년간 자체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을 활용한 사례를 전수조사하고 당분간 이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달 스타벅스와 체결한 격오지 부대 방문 음료 지원 등 장병 복지 증진사업(Hero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관련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향후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스타벅스가 받은 국무총리 표창 취소 여부 검토에 들어갔고,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스타벅스 구매 내역 보고를 지시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스타벅스 불매 동참 요청' 관련 공문을 배포하고 전체 지부에 스타벅스 기프티콘 선물 등의 이용 중단을 제안했다. 한 경제부처 국장은 "내부적으로 스타벅스 상품권을 업무 등에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했는데 다행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타 부처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회부처 과장은 "최근 우리 사업 중에 스타벅스와 엮인 것이 있는지 알아봤다"며 "앞으로 스타벅스와 협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가 일각에서는 잘못된 마케팅은 맞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자정에 나선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방위 공세는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스타벅스 사태를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로 규정한 후 장관들이 하나둘 사실상 불매에 동참하면서 공직사회 전반에 불매 압력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기업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장관이 나서서 기업을 불매하겠다고 한 것은 공직에 있는 동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위에서 하도 뭐라고 하니 스타벅스를 가는 것조차 꺼려지는 분위기다. 괜한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 사무관은 "당분간 안 가긴 할 건데 과거 유니클로 불매랑 비슷하게 끝나지 않을까. 시간 지나면 가게 될 것"이라며 "(탱크데이 마케팅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컨펌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스타벅스 전체 근로자가 그 마케팅을 동조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지금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고 있는 직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사과하고도 이미 뭇매를 맞고 있는 기업을 더 때리는 게 정부가 할 일은 아닌 듯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