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아파트 단지의 20년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전세 만기를 앞두고 서울시에 '임대 연장' 또는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한꺼번에 나가면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며 나머지 분양 세대에게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SNS(소셜미디어) 등에 '강일리버파크·강일(고덕)리엔파크 입주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확산하고 있다.
강일리버파크·고덕리엔파크는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위치한 아파트로, 각각 6756가구·7048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다. 이 중 일부 공공보유분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 물량으로 공급됐다.
해당 글은 이들 단지에서 전세 만기를 앞둔 20년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분양 세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것이다. 서울시에 분양 전환 또는 전세 연장을 요구하려는데 힘을 보태달라는 게 골자다.
우선 이들은 안내문에서 "2007~2009년 서울시가 '시세 23% 보증금으로 20년 안정 거주' 시프트 정책을 시행했고 저희는 그 약속을 믿고 강일동에 터를 았다. 그러나 2027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면 현재 시세 10억 집에 사는 전세 세대는 보증금 3억만 받고 나가야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증금 3억으로는 동일단지 재계약도 불가능하다. 이대로라면 단지에서 수백가구 이상이 동시 퇴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보증금은 시세의 80%까지 현실화하되 무주택 실수요자의 재계약을 보장해줄 것 △20년 거주자를 대상으로 감정가 기준(거주 기여도 반영)으로 분양 전환 기회를 줄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장기전세 입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분양 세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장기전세 수백가구가 한꺼번에 퇴거해 공실이 되면 단지가 슬럼화되고, 실거래가가 급락할 위험이 크다. 안정적 거주가 유지돼야 단지 가치도 지킨다"고 설명했다.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대규모 강제 퇴거는 '남의 일'이 아니며, 단지 전체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며 "성공적인 소셜 믹스 사례로 남아야 우리 단지 집값도 오른다. 퇴거와 갈등의 단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장기전세 입주민들은 분양 세대를 향해 "저희는 '임대 거지'가 아니며, 같은 동대표를 뽑고 여러분과 아이를 함께 키운 '20년 이웃'이다"라며 "'강일동 장기전세 시프트 대책위원회'를 함께 만들어 서울시에 '단지 전체의 해법'을 요구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는 서울시와 SH공사가 무주택 서울시민을 위해 주변 전세 시세의 40~80% 수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거주를 보장하는 공공임대주택 제도다.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2 '미리내집' 정책을 펼치며 일부 입주민들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해, 기존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입주민들도 분양전환을 요구하는 추세다.
하지만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는 분양전환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기존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은 20년 동안 낮은 주거비로 자립 기회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입주한 것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장기전세주택과 미리내집은 설계 자체가 다르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