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전기를 먹고 열을 뿜는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가동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 확보만큼이나 중요한 건, 서버가 내뿜는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식히느냐다.
특히 냉각비는 운영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냉각 효율은 데이터센터 입지를 가르는 새 변수로 꼽힌다. 물이 단순한 생활·산업 자원을 넘어 AI 인프라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자산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일 방문한 강원 춘천시 동면 지내리 일대에 조성 중인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건립 초기인지라 데이터센터 외형은 없고 부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정작 중요한 건 부지와 함께 사용될 물이다. 소양강댐 심층수를 데이터센터 냉각 자원으로 활용해 전력비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입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춘천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는 총사업비 4223억원을 투입해 약 81만5000㎡ 규모로 조성하는 미래산업 단지다. 댐 심층수를 데이터센터 냉방에 활용하는 국내 첫 수열 기반 데이터센터 집적단지다.
전체 데이터센터 용지는 8개 필지로 계획돼 있으며 전력 수요 기준 최대 300MW 규모까지 대응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집적단지와 데이터산업 융합밸리, 물산업 집적단지, 스마트팜, 친환경 주거단지, 수열공급시스템 등이 단계적으로 들어선다. 현재 전체 부지 조성 공정률은 약 25% 수준이다.

소양강댐 심층수는 이 단지의 핵심이다. 소양강댐 심층수는 연평균 약 9.5도 수준으로 여름철에도 비교적 차가운 물을 냉각에 활용할 수 있어 냉방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수열은 물을 직접 소비하는 냉각 방식과는 다르다. 소양강댐 심층수의 냉열을 열교환 방식으로 회수해 데이터센터 냉방 계통을 식히는 구조다. 데이터센터 냉방 과정에서 발생한 열은 정수장 등 다른 시설과 연계해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물 자체를 대량으로 쓰기보다 물이 가진 낮은 온도를 냉방 인프라로 바꾸는 방식이다. 사업단에 따르면 기존 냉난방 방식과 비교해 냉난방 전력 사용량을 최대 64%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김동구 강원수열사업단장은 “데이터센터는 1년 내내 냉방이 필요한 시설”이라며 “낮은 온도의 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데이터센터 입지에서 매우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은 신재생에너지인 수열뿐 아니라 입지 조건도 강점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1시간대 접근이 가능하고 연평균 기온도 약 11.4도로 낮은 편이다. 김 단장은 “춘천은 최근 수십 년간 큰 지진 피해가 없었고 국도와 나들목 접근성도 좋아 데이터센터 입지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하반기 데이터센터 용지 2개 필지 분양을 추진하고 내년 하반기 나머지 필지들도 순차적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수열 추진단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데이터센터 입지에 관심을 보인 기업이 10곳 안팎”이라며 “토지 사용 시점과 기업 투자 일정이 맞물릴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입지에서 전력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조건이지만 AI 서버 확산으로 냉각 부담이 커지면서 물 인프라의 가치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실제 춘천 외에도 전남 해남 솔라시도 역시 AI 데이터센터 입지 논의에서 전력과 부지, 용수 여건이 함께 거론된다. 울산에서는 해수를 활용한 수중 데이터센터 표준모델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지만 냉각 효율도 운영비와 직결되는 요소”라며 “앞으로는 전력과 부지뿐 아니라 물을 활용한 냉각 인프라까지 입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