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펫보험 시장이 매년 외형을 키우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신계약 유입의 성장 속도는 2년 연속 완만해지며 손해보험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모수가 확대되면서 수치상의 성장세가 둔화한 측면도 있으나, 타 보장성보험 대비 낮은 판매수수료로 인한 설계사의 영업 유인 부족과 당국의 규제 강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는 2%대에 불과한 낮은 가입률과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 기대감을 고려해 여전히 잠재적 성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삼성·현대·KB·DB 등 국내 손해보험 13개사의 지난해 기준 펫보험 신계약건수는 12만9714건으로 전년 대비 39.4% 증가했다. 매출 지표인 원수보험료 역시 지난해 129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기존 고객의 이탈이 적어 보유계약건수 증감률 역시 2024년 48.6%에서 지난해 55.3%로 2년 연속 확대되는 등 전체적인 계약 규모와 시장의 파이는 매년 확실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시장의 진입 활력을 대변하는 성장률 지표는 2023년을 기점으로 다소 완만해지는 모양새다. 전년 대비 신계약건수 증가율의 경우 2022년 33.2%에서 2023년 66.4%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후, 2024년 59.2%로 한풀 꺾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39.4%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포인트(p) 가까이 줄었다. 원수보험료 증가율 역시 지난해 61.1%를 기록, 앞선 2023년(62.9%)과 2024년(70.6%)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덜해졌다.
이처럼 증가율이 완만해진 기저에는 전체적인 계약 베이스가 커진 데 따른 모수 확대 효과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분모가 되는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다 보니 수치상의 성장 속도가 예전만 못해 보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1500만을 넘어선 반려인 대비 여전히 2%대에 머물러 있는 초기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화 길목에서 성장 탄력이 다소 이르게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실제 펫보험 시장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낮은 판매수수료율'이 꼽힌다. 영업 일선의 설계사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권유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장 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의 12개 보장성보험 판매수수료율 공시 항목 중 펫보험 수수료율(3.3%)보다 낮은 상품은 구조적으로 수수료가 낮게 책정되는 실손의료보험(2.9%)이 유일했다.
타 손보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화재(0.7%), 현대해상(3.6%), KB손해보험(2.7%), DB손해보험(3.3%)의 펫보험 판매수수료율은 실손보험 바로 다음으로 낮았으며, NH농협손해보험(2.9%)은 심지어 실손보험보다도 수수료율이 낮게 책정됐다.
여기에 2024년 5월 금융당국의 권고로 단행된 제도 변경도 신계약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당국 지침에 따라 펫보험의 갱신 주기는 기존 3년 또는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됐고, 자기부담금 3만원 부과와 함께 최대 보장비율도 70%로 제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 메리트가,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기 고객 확보 매력도가 동시에 떨어진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 갱신이 가능했던 시절에는 손해율 관리가 원활해 상품 경쟁력이 높았다"며 "제도 변경 이후 까다로워진 상품 기준을 적용하면서 지난해 시장이 다소 정체된 흐름을 보인 것"이라고 짚었다.
물론 대다수 손보사는 펫보험을 포기할 수 없는 '미래 먹거리'로 바라보고 있다. 초기 시장인 만큼 개척할 시장이 넓기 때문이다. 최근 DB손해보험이 이마트와 협업 상품을 내놓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신규 진입하는 등 상품 다변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치권 등에서 논의 중인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의 빠른 안착이 시장 성장의 마지막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가 표준화돼야 보험사도 안정적인 손해율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있고 소비자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30%대 성장률도 수치상으로는 가파르다고 볼 수 있지만, 대중화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등의 제도적 기반이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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