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이란의 미사일·드론을 제한하는 내용이 빠진 것을 두고 걸프 국가들이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기간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은 자국 소재 미군 기지뿐 아니라 에너지 시설, 공항, 호텔 등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의 핵 프로그램뿐 아니라 미사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이번에 합의한 양해각서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드론 제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시 선임 연구원은 “포함될 거라는 기대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웃 나라들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란도 일부 탄도미사일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자, 걸프 국가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는 개전 초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란은 우리를 위협하는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임무(공격)의 목표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이용해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고, 우리 기지를 위협하는 능력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도 배치된다.
쿠웨이트대 역사학과 바데르 알사이프 교수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합의에서 제외한 것은) 미국이 우리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은 이미 미사일과 드론 역량을 재건하고 있으며, 이번 합의로 얻게 될 막대한 재정적 이익을 무기 구매에 쓸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에 담긴 합의 내용을 보면, 미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 석유 제품 및 파생 상품 수출에 대한 제재 유예(면제) 조치를 즉각 내리기로 했다.
이란이 미사일·드론 제한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걸프 국가들은 각각 방공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이란과의 외교를 강화하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미 고위 외교관 출신 마크 시버스는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미사일·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한국에 자문을 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전쟁에 대한 그들의 경고를 무시한 이후, 미국이 안보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점점 더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앞으로 1년 내에 그들을 안심시킬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 안보 의존에서 벗어날 방안을 서서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 국가가 미국을 대체할 안보 체계를 구축하려면 10~2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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