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영화 상영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공연과 스포츠, 팬덤 콘텐츠를 결합한 플랫폼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변화는 상영 콘텐츠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최근 아이돌 콘서트 실황, VR 공연, 스포츠 생중계, 애니메이션 특별전 등 비영화 콘텐츠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1일 영화산업계에 따르면 2025년 특수상영 전체 매출액은 11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3% 증가했다. 관객 수는 739만 명으로 52.4% 늘었다. 전체 극장 관객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아이맥스(IMAX), 스크린엑스(ScreenX), 돌비 시네마(Dolby Cinema),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등 특수상영 수요는 오히려 커진 것이다.

특히 CGV가 특별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5월 배곧·인천·김포·의정부 등 4개 지점에서 SCREENX 상영관을 신규 및 리뉴얼 오픈했다. 해당 상영관들은 양옆 벽면 스크린 밝기와 프로젝터 선명도를 개선하고 전석 리클라이너 좌석을 도입했다.

스포츠 중계도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CGV는 프로야구 경기를 SCREENX LIVE 방식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중앙 스크린과 양옆 벽면을 활용한 3면 영상,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를 통해 경기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가박스도 스포츠 팬덤을 겨냥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조별리그 전 경기를 전국 주요 지점에서 극장 단독 생중계한다. 응원용 클래퍼 증정, 단체관람 할인, F&B 프로모션, 경품 이벤트 등을 결합해 극장을 응원 공간으로 활용한다.
K팝 팬덤 기반 콘텐츠는 멀티플렉스의 핵심 실험장이 됐다. CGV는 6월 부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과 연계해 심야 체류형 프로그램 ‘올 무비 나잇’을 선보였다. 공연 종료 후 관객들이 극장에 머물며 공연 실황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한 행사다. 공연장 인근 극장을 활용해 팬들의 체류 수요를 흡수하고 K콘텐츠 경험을 확대하려는 시도다.

또한 CGV는 26일 정동원의 팬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를 단독으로 선보인다. 데뷔 7년간의 성장 과정과 팬들을 향한 진솔한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특히 공식 팬카페 이벤트를 통해 팬들의 닉네임과 메시지를 엔딩 크레딧에 수록해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완성한 영화라는 의미를 더했다. 공연의 감동과 추억을 스크린으로 옮겨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시네마도 BTS 부산 공연 관람객을 겨냥한 ‘퍼플 나이트 인 부산(PURPLE NIGHT IN BUSAN)’을 마련했다. 자정부터 영화 세 편을 상영하고, 이후 오전 7시까지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보라색 이어플러그와 온열 안대 등 웰컴 기프트도 제공했다.
또 롯데시네마는 넥슨의 대표 게임 IP인 메이플스토리와 협업해 라이브뷰잉, 애니메이션, 굿즈, 전시를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특히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를 메이플스토리 테마 공간으로 꾸며 대형 캐릭터 조형물 전시와 굿즈 판매를 진행하는 등 극장을 영화 관람 공간을 넘어 게임 팬덤이 모이고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VR 콘서트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르세라핌 VR 콘서트를 월드타워에서 단독 상영하며 전용 상영관을 운영했다. 극장 내 공식 머치 판매와 주차별 특전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메가박스는 &TEAM의 첫 번째 VR 콘서트 ‘앤팀 브이알 콘서트 : 바운드리스’를 홍대점에서 단독 개봉하고 포토카드, 프로필 엽서 등 특전을 마련했다.

공간 자체도 팬덤형으로 바뀌고 있다. 메가박스는 최근 홍대점을 국내 멀티플렉스 최초의 애니메이션 특화점으로 리뉴얼했다. 애니메이션 확대 상영, 상설 굿즈샵, 기획전, 랭킹 보드, 팬 참여 이벤트 등을 운영하며 장르 팬덤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재편한 것. 영화 관람료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굿즈와 이벤트, 커뮤니티, 체험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향후 극장이 공연과 스포츠, 게임, 애니메이션, 팬덤 문화를 연결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스크린을 중심으로 관객을 모으는 시대에서 경험과 참여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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