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운명적 맞수 멕시코와의 경기가 열린 1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 로비는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축구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등 뒤에 ‘H M SON(손흥민)‘, ‘'M J KIM(김민재)’이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부터 붉은 티셔츠까지, 저마다의 응원 복장을 갖춘 시민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과의 시차로 인해 주로 오전 시간대에 경기가 치러진다. 이 때문에 거리 응원 등 예전 같은 월드컵 특수의 열기가 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 팬들은 각자의 직장과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대형 스크린과 쾌적한 환경을 갖춘 극장으로 모여들며 새로운 응원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친구, 연인뿐 아니라 인근 오피스가에서 나온 직장인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양복 차림으로 서성이던 한 무리의 직장인들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손사래를 치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들은 “축구를 보려고 점심시간 전에 몰래 빠져나왔다“며 “회사에 걸리면 큰일 나니 인터뷰는 거절하겠다”고 속삭인 뒤 서둘러 상영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메가박스는 이번 월드컵 기간 대한민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전 경기를 전국 주요 지점에서 단독 생중계한다. 앞서 12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이날 멕시코전,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전까지 전국 40여 개 극장에서 ‘라이브 응원관’ 형태로 운영한다.
이번 메가박스의 월드컵 생중계 예매는 그야말로 ‘피케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을 방불케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이수현(26) 씨는 “월드컵을 신나게 즐길 방법을 찾다 극장 생중계를 예매하게 됐다”며 “인기가 워낙 높아 순식간에 매진되는 바람에 다른 상영관이 추가로 열린 것으로 안다”고 치열했던 예매 과정을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경기 시흥시에서 왔다는 대학생 노희성(20)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극장 생중계 소식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친구들과 의견을 모았다”며 “손흥민 선수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평생 남을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강의도 제쳐놓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극장 안이지만 마치 축구 경기장에 온 듯 각종 음식을 먹으며 떠들썩하게 응원 가능하다고 방침을 정한 덕에 관람객들은 한 손에는 팝콘을 다른 한 손에는 응원도구를 쥐고 함성을 외쳤다. 티켓 가격은 2만5000원. 일반 영화 관람료보다 다소 비싸지만, 관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박주현(25) 씨는 “무엇보다 쾌적하고, 압도적인 크기의 스크린 덕분에 경기 현장감이 더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다”며 “응원 간식도 극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축구 팬들이 월드컵 경기 당일 극장에 들어선 것은 업계 스스로 처절한 생존 전략을 펼친 결과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대중화로 극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극장업계는 스포츠 생중계·콘서트 실황 상영 등 ‘대체 불가능한 공간 경험’을 파는 것으로 재정립했다. 영화만 상영하던 폐쇄적 공간이 대형 스크린과 압도적인 음향 인프라를 무기로 시각적 극대화가 필요한 모든 콘텐츠를 흡수하는 ‘라이브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다.
극장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영화관이 단순히 제작된 필름을 일방적으로 관람하는 정적인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관객들이 함께 소통하고 현장감을 소비하는 역동적인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며 “차별화한 오프라인 경험을 원하는 젊은 층의 소비 패턴에 맞춰 공간을 재정의하려는 극장가의 변신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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