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출신 자히드 후세인 "두 문화 품은 아이들이 미래 민간 외교관"
"문화·교육 영역에서 양국 잇는 가교 역할 계속할 것"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다문화 가정은 지원 대상이 아닌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파키스탄 대표로 얼굴을 알린 자히드 후세인(37)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북부 스카르두 출신인 그는 2008년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GKS)으로 입국한 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재한 파키스탄 유학생회 회장과 GKS 동문회장 등을 맡으며 유학생 사회를 이끌었고, 현재는 외국 식자재 유통회사와 수입 식료품 쇼핑몰을 공동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보람을 주는 사회라는 점에서 나와 잘 맞았다"며 "이제는 한국이 제1의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17년 12월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방송인 후세인 자히드(왼쪽부터), 척석, 카를로스 고리토,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우메이마 파티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12.24. scape@yna.co.kr
--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 당시 많은 친구가 미국이나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나 역시 이탈리아 장학금을 받았지만,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서울행을 선택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대우가 건설한 고속도로와 대우 버스 등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한국 정부 장학생 제도가 체계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인상은 어땠나.
▲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 복잡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 천안에서 약 8개월 동안 한국어 과정을 공부했는데, 학교가 산속에 있어 비교적 차분한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산들이 푸르고 녹음이 우거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파키스탄과 비슷한 느낌도 받았다.
--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나.
▲ 대학 시절부터 한국이 제 두 번째 고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4∼5년 사이에는 파키스탄에 가면 오히려 외국처럼 느껴지고, 한국에서는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파키스탄 음식은 먹으면 배가 아픈 경우가 있지만 한국 음식은 아무 문제 없이 잘 먹는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이 제1의 고향처럼 느껴진다.
-- 한국 정착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 학생회 활동과 파키스탄 유학생회 회장, 서울시 국제포럼 회장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노력한 만큼 기회가 열리는 사회라는 점을 느꼈다. 한국 사람들의 열정과 성실함도 나와 잘 맞았다.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자리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JTBC '비정상회담' 방송 화면 캡처]
한국에 뿌리를 내린 그는 단순히 정착에 머물지 않았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한국 사회와 이슬람 문화를 연결하는 역할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할랄 식품 사업과 문화 교류 활동에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 '비정상회담' 출연 이후 할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편견을 경험했다. 파키스탄 출신이라고 하면 테러와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택시 기사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한국에 오기 전에는 지인들에게서 '한국은 전쟁 중인 나라'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도 안전했고, 내 고향 역시 범죄율이 거의 없는 평화로운 곳이다. 이런 오해를 줄이고 서로를 이해시키는 다리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을 소개해 달라.
▲ 처음에는 '시장닷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폴팡'이라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단순히 할랄 식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정보를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커뮤니티 역할도 하고 있다. 앞으로는 할랄 한우를 비롯해 한국 전통 음식과 할랄 문화를 접목한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
-- 할랄 문화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다고 보나.
▲ 처음에는 '할랄 인증 비용이 테러 단체로 흘러간다'는 식의 오해도 있었다. 이슬람과 할랄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았다. 이태원 할랄 거리 명칭 변경 논란이나 무슬림 선수 예배 공간 설치 반대 사례도 있었다. 대구에서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 배우고, 이해해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 개선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한국과 이슬람 국가 간 활발한 교류도 어려웠을 것이다.
-- 한국에는 할랄 한식당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사실이다.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들은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하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다. 그래서 파키스탄이나 인도, 터키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할랄 한식당이 늘어나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고, 한국 사회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도 될 수 있다.
선문대 한국어교육원을 졸업한 자히드 후세인(왼쪽)이 2018년 1월 선문대학교에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법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 [선문대학교 제공]
사업가로 활동하면서도 그는 사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한국 사회가 다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외국인에 대한 편견, 그리고 소수자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 한국 생활 중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 이름과 출신 국가 때문에 편견을 겪은 적이 있다. 축구를 마친 뒤 팀원들과 함께 호프집에 갔다가 입장을 거부당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활동을 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 여성 인권과 소수자 권리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어릴 때부터 이슬람 역사와 정의에 대해 배웠다. 약한 사람이 억압받을 때는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래서 여성 인권과 소수자 권리, 명예살인 반대, 테러 반대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런 행위들은 이슬람 본래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다문화 사회로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 다문화 가정을 더 이상 지원 대상자로만 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두 개 이상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인재들이다. 미래의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할 수 있다. 학교와 사회가 이들을 같은 한국인으로 인정하고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해 다문화 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서울시 관광홍보에 기여한 공으로 서울관광대상의 영예를 안은 자히드 후세인(왼쪽) [본인 제공]
-- 2024년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한국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 처음에는 무서웠다. 파키스탄 역시 독재 경험이 있는 나라여서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을 때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이 힘을 모아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한국 사회의 빠른 회복력과 변화의 힘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파키스탄도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느꼈다.
자히드는 한국 사회를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야말로 한국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정치와 공공정책에 관심이 많다. 기회가 된다면 한·파키스탄 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현재 90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해외 파키스탄인을 지원하는 '파키스탄 재외국민재단'(OPF·Overseas Pakistanis Foundation)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내 파키스탄인 지원과 양국 협력 확대에 힘쓰고 있다. 또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파키스탄어를 가르치며 문화 교류에도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과 파키스탄 간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 사회가 다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더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앞으로도 그런 변화를 위해 역할을 이어가고 싶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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