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불법촬영·딥페이크 가해자 ‘전 애인’ 3배 늘어
한겨레
불법촬영·허위영상물(딥페이크) 등의 피해를 입은 여성 10명 중 4명은 가해자가 ‘전 애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의 3배 수준이다. ‘(현)애인’과 ‘배우자’에 의한 피해도 3년 전보다 늘어나 친밀 관계에 의한 불법촬영·딥페이크 피해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로 드러났다.
성평등가족부는 23일 이런 내용의 ‘2025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2007년부터 시작돼 3년 마다 실시하는 정기 조사로, 만 19∼64살 성인 남녀 1만15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12월 연구됐다.
불법촬영·딥페이크 피해를 경험한 여성의 42.5%는 ‘전 애인’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복수 응답)했다. 직전 조사인 2022년 실태조사에서는 ‘전 애인’을 가해자로 지목한 비율이 13.8%였다. 3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애인’(10.3%→18.1%)과 ‘배우자’(6.0%→13.4%)에 의한 불법촬영·딥페이크 피해도 늘어났다. 반면, 2022년 실태조사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가해자로 지목된 ‘전혀 모르는 사람’은 47.6%에서 14.6%으로 대폭 줄었다. 이에 대해 김성철 성평등부 안전인권정책관은 “연인 관계 종료 후에 상대방에게 보복하거나, 성적 모욕감을 주려는 심리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기술환경의 변화와 결합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이 불법촬영·딥페이크 유포의 피해를 인지한 경로는 ‘주변 지인을 통해’(34.1%)와 ‘유포자의 협박을 계기로’(32.3%)가 대부분이었다. 2022년에는 유포자의 협박으로 피해를 알게됐단 응답은 없었고, ‘주변 지인을 통해’(75.1%)가 압도적이었다. 이는 3년 사이 가해자 유형으로 ‘전 애인’이 대폭 증가한 경향과 연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전 애인이 불법촬영·딥페이크를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하면서 추가 피해를 예고하거나, 실제로 실행하는 일이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교제관계에서 이뤄지는 폭력 피해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포착된 결과”라고 말했다.
강간(미수 포함) 피해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대다수의 피해 여성이 ‘강요’(84.4%)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속임’(47.7%), ‘협박’(47.6%), ‘폭언’(42.0%), ‘회유’(31.1%), ‘폭행’(25.5%)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 조사에서는 ‘강요’(38.6%), ‘속임’(38.1%), ‘협박’(28.3%), ‘폭행’(21.7%) 순이었다. 직전 조사와 순위는 비슷하지만, ‘강요’가 3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강간죄 구성 요건을 재편하는 등 ‘비동의 강간죄’ 입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형법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피해자가 강력하게 저항할 수 없을 정도(항거 곤란한)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비동의 강간죄’란 폭행·협박이 없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개념을 말한다. 최 부소장은 “폭행·협박이 강간죄 구성 요건에 맞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도 여러번 ‘비동의 강간죄’ 입법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정책관은 “실태조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강요 등에 의한 피해가 현행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동의 강간죄 입법에 대해서는 현장 전문가를 비롯해 관계 부처와 함께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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