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링'이 낳은 대혼란…트럼프 상호관세 막전막후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2일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기 수일 전까지도 구체적인 관세율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NYT) 기자들이 23일(현지시간) 발간한 신간에서 밝혔다. 경제 분석이나 시뮬레이션 대신 대통령 개인의 직관과 고집에 의존해 정책을 조율하면서 백악관 내부에서 심각한 혼란이 빚어졌다는 폭로다.
NYT 백악관 출입기자인 매기 하버만과 조나단 스완 기자는 이날 발간한 저서 '정권교체'에서 상호관세 정책 발표일 전후로 백악관 내부에서 벌어졌던 혼란으 상세히 전했다.
저서에 따르면 상호관세 정책 발표를 며칠 앞두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 세계 무역상대국 인사들에게 연락해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임무를 받았다. 하지만 두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경고 내용은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상호관세를 어떻게 할지 몰랐고 그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관세 발표 직전까지 구체적인 수치가 확정되지 못했던 것은 정부 공식 데이터를 믿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 방식 때문이었다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상호관세 발표 일주일 전이었던 지난해 3월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진과 관세 전략 회의를 하던 중 "아무도 빌어먹을 숫자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리다 나탈리 하프 보좌관에게 "구글링 좀 해서 진짜 숫자를 가져오라"고 주문한 일화도 소개됐다. 하프 보좌관은 평소 소셜미디어나 뉴스를 검색해 출력물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던 인물이다.
러트닉 장관이 무역대표부(USTR)에서 산출한 각국의 대미(對美) 관세율 자료를 보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빌어먹을 헛소리 숫자"라며 믿지 않았다.
러트닉 장관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돌아보며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 다그쳤지만 그리어 대표는 대통령과 맞설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저자들은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상의해 관세율을 확정했지만 근거 없는 주먹구구식 세율을 두고 백악관 참모진 사이에서도 불평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표 다음 날 언론의 혹평이 쏟아지자 사석에서 "피터의 빌어먹을 멍청한 숫자들 때문"이라며 책임을 나바로 고문에게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상호관세 정책이 발표된 직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가 이틀 만에 12% 폭락했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마저 투매 물량에 밀려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런 파국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합리적인 관세를 고수하려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하리만치 높은 위험 감내 능력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성공을 거둔 핵심 요인으로 평가했다고 저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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