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들의 시선이 주택 사업에서 에너지로 향하고 있다. 국내 주택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인프라 사업에서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2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전력 수요는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AI를 중심으로 한 전력 소비는 2022년 460TWh에서 2026년 1050TWh로 급증한 데 이어 2030년에는 현재의 4배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배경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이른바 ‘AI 인프라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국내외 원자력발전소 신설과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발주 등에 대응하기 위해 수주 역량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우선 국내 원전 건설시장에 파란불이 켜졌다. 정부가 17일 원전 신설 계획을 유지하고 후보 부지를 선정하면서다. 한국수력원자력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총 2.8GW 규모 대형 원전 2기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을, 0.7GW급 소형모듈원자로(SMR) 후보지로는 부산 기장군을 각각 선정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비는 통상 10조원 안팎으로, 플랜트 사업 부문의 수년치 일감에 해당한다”며 “신규 건설 수주는 이후 운영·정비와 해체 등 후속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어 장기적인 수익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해외 원전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종합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 부사장을 지낸 마이클 군을 영입하고, 현지 네트워킹 파티를 개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로 신규 건설이 사실상 중단되며 약 30년간 원전 건설 공백을 겪었다. 이로 인해 시공과 품질관리 등 산업 전반의 실행 체계가 약화된 상태로, 한국 기업과의 협력 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평가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등 현지 신도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원전 사업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16년 경제성 문제로 중단했던 닌투언 원전 프로젝트를 2024년 11월 공식 재개했다. 현재 닌투언 2호기 사업의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원전 EPC(설계·시공·조달)을 넘어 운영 및 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DL이앤씨는 DL그룹 내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SMR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DL이앤씨가 EPC를 수행하고 발전 및 운영은 DL에너지가 맡는 식이다.
AI발 전력수요 증가와 탈석탄 기조에 따라 LNG 플랜트 사업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용인 LNG 기반 열병합발전소 구축 사업이, 해외에서는 미국 루이지애나 LNG 사업이 주요 프로젝트로 꼽힌다. 용인 열병합발전소 사업은 지난해 말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최근 발전설비에 대한 입찰에 들어갔다.
주요 플레이어로는 삼성E&A와 대우건설 등이 거론된다. 삼성E&A는 2025년 인도네시아 친환경 LNG 기본설계를 수주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말루쿠 주 사움라키 지역에 LNG 플랜트를 짓는 사업으로 계약금액은 360억원 규모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에서 LNG 액화 Train 1·2·3·5·6호기를 성공적으로 시공하는 등 꾸준히 실적을 쌓아왔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건설업계 투자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이달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태양광·해상풍력 등 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 4월 금융기관으로부터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소’ 사업 자금을 조달하며 에너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전임교수는 “탄소중립법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준 최소 대형 원전 20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0기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크다는 점에서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에너지 안보성과 친환경성,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에너지원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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