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발 ‘숏감마’(Short Gamma) 논란이 시장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반도체 대형주 쏠림에 2배 레버리지 상품의 기계적 리밸런싱이 맞물리면서 상승장에서는 매수를, 하락장에서는 매도를 증폭시키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롱 레버리지 ETF 14개 상품의 순자산 규모는 16조2801억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날 거래대금은 14조4846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7개 상품의 순자산은 10조6237억원, 거래대금은 10조3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7개 상품은 순자산 5조6564억원, 거래대금 4조1623억원을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지난달 27일보다 SK하이닉스 관련 상품 순자산은 261.3%, 삼성전자 관련은 189.0% 급증했다.
전날 반등장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의 변동성은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 관련 롱 레버리지 ETF는 21.29~26.43%, 삼성전자 관련 롱 레버리지 ETF는 10.78~12.20% 상승했다. 기초자산 반등이 레버리지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한 매수 수요가 다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다.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기 위해 매일 목표 노출도를 다시 맞춘다.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목표 익스포저를 높이기 위해 추가 매수하고, 가격이 내리면 노출도를 줄이기 위해 현물·선물을 매도해야 한다. 상승장에서는 상승을 더 밀어 올리고, 하락장에서는 하락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리밸런싱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옵션시장에서 말하는 숏감마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유사하다. 가격 변동과 같은 방향으로 기초자산을 사고팔아야 하는 만큼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급 충격도 같은 방향으로 증폭된다. 특히 장 마감 전후 리밸런싱이 집중될 경우 대형주 수급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3일 급락장에서도 이 같은 취약성이 드러났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인 910.71포인트(9.99%) 내린 8203.84에 마감했다. 하락의 1차 배경은 미국 금리 상승, 인공지능(AI) 투자 효율성 우려, 글로벌 테크주 디레이팅이었다. 다만 국내 시장은 반도체 비중이 높아 충격이 더 컸다.
당일 코스피 반도체 지수는 12.10%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감소분 722조9000억원 가운데 반도체 시가총액 감소분은 538조5000억원으로 74%를 차지했다. 지수 전체의 이익 사이클 훼손이라기보다 반도체 과밀 포지션 청산 성격이 강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후 들어서는 ETF·상품·기관 바스켓성 매도가 더해지며 낙폭이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초자산이 12% 안팎으로 하락하자 관련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25% 안팎으로 급락했고,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한 익스포저 축소 압력이 커졌다. 거래대금 급증과 NAV 급락, 장 후반 기관·투신 중심 매도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디레버리징이 시장 하락을 증폭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외 투자은행 분석에서도 한국 증시가 하루 5% 움직일 경우 약 47억달러 규모의 딜러 리밸런싱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리밸런싱 물량이 일평균 거래량의 20%를 웃돌 수 있는 종목으로 지목됐다. 국내 증시 대표주에 수급 충격이 집중될 경우 지수 전체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규모나 상장 이후 거래대금 측면에서 한국 ETF 시장 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시장 관심도도 높다”며 “특히 개별 종목 옵션을 활용한 커버드콜 ETF도 허용돼 선물, 옵션의 현물 시장에 대한 영향도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고, 이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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