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을 자신하던 사령탑은 결국 12년 전의 역사적인 굴욕을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단 한 번도 연출하기 힘든 역대급 졸전과 수치스러운 경기력을 축구 팬들은 같은 감독의 지휘 아래 두 번이나 지켜봐야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 최종 3차전에서 0-1로 충격패를 당했다.
이로써 1승 2패(승점 3)를 기록한 한국은 최약체로 평가받던 남아공에 밀려 조 3위로 추락했다. 같은 시각 멕시코가 체코를 잡아준 덕분에 조 꼴찌 탈락이라는 최악의 대참사만 간신히 면했을 뿐, 타 조 3위 팀들의 성적을 비교하며 32강 막차 티켓을 구걸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이번 사태는 무전술과 오판이 결합해 만들어낸 인재였다. 홍 감독은 남아공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12년 전의 아픔을 꺼내 들자 "명예회복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라며 초연한 태도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남아공전의 경기 내용은 사령탑이 대체 무엇을 준비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형편없었다.
가장 큰 패착은 팀의 주장이자 핵심 공격수 손흥민(LAFC)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는 승부수였다. 손흥민은 커리어 사상 첫 월드컵 경기에서 벤치 시작을 했고, 홍명보호는 극심한 빈공에 시달렸다. 대회에서 처음 꺼낸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오현규(베식타시) 투톱 카드는 남아공의 촘촘한 수비진에 흠집도 내지 못했다.
여기에 공수의 연결고리였던 이재성(마인츠)을 명단에서 아예 배제한 건 기괴한 실험이었다. 링커 역할을 수행하던 이재성이 사라지자 한국 축구는 전반전부터 완전히 무너지며 시종일관 질질 끌려다녔다. 중앙 지역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패스 실수를 남발했고, 전환 상황에서도 역습을 손쉽게 허용했다. 음바타와 막고파의 연속 슈팅 등 전반 내내 실점과 다름없는 대위기를 골키퍼 김승규(FC도쿄)의 선방으로 간신히 넘기는 최악의 경기력이 이어졌다.
후반전 사령탑의 교체 카드 역시 자멸을 재촉하는 악수가 됐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희찬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백승호(버밍엄 시티)를 빼고 손흥민,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김진규(전북 현대)를 투입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상대 뒷공간을 노려 손흥민을 조커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었지만, 후반 18분 수비진이 와르르 무너지며 남아공 마세코에게 끝내 충격적인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스텝이 완전히 꼬였다.
한 골을 넣은 남아공이 완전히 내려앉자, 뒷공간이 사라진 좁은 공간에서 손흥민은 철저히 고립되며 유효 슈팅 0개에 그쳤다. 여기에 후반 21분 동점골이 절실한 시점에 핵심 중앙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빼고 박진섭(저장FC)을 투입하는 이해할 수 없는 교체로 세트피스 높이 경쟁력까지 스스로 약화시켰다. 결국 한국의 공격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몰아주기라는 단조로운 한계 속에 롱킥으로 조규성(미트윌란)의 머리만을 노리는 정적이고 둔탁한 축구를 반복하다 추가시간 6분마저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이러한 참혹한 전술 실패와 대굴욕은 축구 팬들에게 강력한 데자뷔를 선사한다. 정확히 12년 전인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홍명보 1기 대표팀 역시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벨기에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패하며 조 최하위 탈락이라는 대참사를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특정 선수 기용에 대한 고집과 단조로운 전술 패턴,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홍 감독은 12년의 세월이 흐른 2026년 현재 무대를 북중미로 옮겼을 뿐 똑같은 전술적 오판과 대패를 반복해 냈다.
12년 전에는 조 꼴찌 16강 탈락이었다면, 이번에는 참가국이 늘어난 덕에 조 3위로 겨우 끈을 붙잡고 타국 선수들의 선처를 기도해야 하는 더욱 치욕적인 경우의 수 계산기를 두들기게 됐다. 명예회복은 관심 없다던 홍명보 감독의 장담은 결국 아무런 전술적 준비도, 플랜 B도 보여주지 못한 채 한국 축구 역사에 또 한 번의 지울 수 없는 역대급 수치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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