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의 불법·합법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KORU’(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Shares)에 수십 배 이상 레버리지를 걸 수 있는 초고위험 선물 파생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가 급등락으로 코스피 변동성이 유독 높아지면서 6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 기현상이다. 특별한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초유의 레버리지 상품이 금융당국의 규제 공백 속에 우후죽순 확산하는 양상이다.
1일 글로벌 차트분석 플랫폼 ‘트레이딩뷰’ 웹사이트 화면을 보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쿠코인(KuCoin)은 지난달 24일부터 ‘KORU’에 최대 20배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는 ‘무기한 선물’ 파생상품 ‘KORUUSDT.P’를 상장(거래 지원)했다.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은 만기일 없이 원하는 만큼 포지션을 보유할 수 있는 암호화폐 중심의 레버리지 파생상품으로, 현물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상승장과 하락장 양방향 모두에서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KORU(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Shares)는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를 포함하는 한국 증시 지수(MSCI·모건스탠리 한국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뉴욕 증시 상장 상장지수펀드(ETF)다.
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쿠코인은 금융위원회가 미신고 거래소로 분류해 수사 의뢰한 사실상 불법 업체다. 같은 날 OKX, 바이비트 등 다른 해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일제히 KORU에 20배씩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상품을 선보였다. 상품 이름은 거의 대부분 ‘KORUUSDT.P’로 표시돼 있다. 즉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로 KORU 선물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코스피 변동성에 올라탄 이런 해외 도박성 투기상품이 급속히 퍼진 건 최근의 일이다. 앞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달 2일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현대차에 각 20배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는 선물을 상장하며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투자자들의 호응이 높자 바이낸스는 지난달 22일 ‘KORU 20배 선물’을 출시했고, 나흘 뒤 50배 선물을 추가로 내놨다. KORU가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만큼 코스피 등락에 최대 150배 레버리지를 걸 수 있는 사상 초유의 상품이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그러자 지난달 22일 비트겟, MEXC, XT, 비트마트 등 다른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KORU에 10∼20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선물 파생상품을 앞다퉈 상장했다. 금융위원회는 “MEXC, XT, 비트마트도 쿠코인처럼 금융위가 수사 의뢰한 미신고 거래소들”이라며 “사실상 그냥 외국에 개설된 도박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한 달러 투자 기반의 도박 파생상품인데도 국내 거주자에 대한 투자 제한은 따로 없다. 원화 입출금 계좌가 있는 사람은 업비트, 빗썸 같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로 테더(USDT)를 구매한 뒤 이를 해외 거래소로 옮겨 곧바로 거래할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들 고위험 상품에는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일부 국내 투자자들도 거액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KORU 선물 거래량은 거래 지원이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13억5531만달러(약 2조1천5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규제 권한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헤지를 위해 현물과 선물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일확천금을 노리고 레버리지 선물을 매매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