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회생의 핵심 열쇠였던 2000억원 규모 추가 자금 조달을 두고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가 막판까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대치를 이어간 결과다. 법원의 회생 폐지 결정에도 굳건한 모습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4부는 홈플러스에 대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3조6816억원)가 계속기업가치(2조5058억원)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폐지 사유로 들었다.
앞서 홈플러스 관리인 측은 비핵심 점포를 정리하고 핵심 점포 위주로 영업을 집중하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 수정안을 수행하기 위해 최소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추가 조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금 지원 조건과 규모를 두고 메리츠와 MBK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꺾지 않았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는 회생 폐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대주주 책임론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기존 입장을 굳건히 유지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대주주 측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의 DIP 대출을 제공할 의사는 있으나, 그 이상 리스크를 지며 자금을 추가 대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메리츠는 "김병주 회장은 아직까지 메리츠가 제안한 DIP 1000억원에 대해 보증을 선 바가 없다"고 선을 그으며 "홈플러스 위기는 지난 10년간 MBK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경영의 참담한 결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MBK는 투자수익만 회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제는 마땅히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하며, 채권자에게 법을 어기라는 억지는 그만하라"고 전했다.
반면, MBK 역시 메리츠 측이 자금 줄을 더 풀어야 한다는 기조를 지켰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MBK 측은 홈플러스 구조혁신을 완수하기 위해선 최소 2000억원의 신규 자금이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는 정당성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메리츠 측이 2000억원 전체를 대여해 주는 것을 전제로, 그중 절반인 1000억원에 대해서만 김병주 회장과 회사가 연대보증을 설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최종 조율 단계까지 고수했다.
결국 '1000억원만 대출해 줄 테니 대주주가 보증을 서라'는 메리츠와 '2000억원 전액을 대출해 주면 1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서겠다'는 MBK 조건이 벼랑 끝까지 대치한 셈이다. 양측 모두 회생 폐지 결과 앞에서도 실리를 챙기며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법원은 "추가 자금 조달 계획에 관한 소명자료가 전혀 없어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며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신용 제공을 요구하는 채권자와, 채권자의 전폭적인 자금 대여를 요구하는 대주주가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치킨게임'을 벌인 결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