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 ‘큰손’으로 꼽히는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투자 사령탑 교체가 잇따른다. 수십조원에서 많게는 1000조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기관투자가(LP)의 자산운용총괄(CIO) 인선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큰손들의 하반기 자산배분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노란우산공제)는 자산운용본부장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차기 CIO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서류 접수가 마감되면 다음 달 면접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가 선정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란우산공제 등 약 32조원 규모의 공제자산을 운용한다. 현 서원철 CIO의 2년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되는 데 따른 후임 인선이다.
사학연금도 차기 자금운용관리단장(CIO) 공개 채용에 들어갔다. 사학연금은 다음 달 2일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다음 달 서류·면접 전형을 거쳐 7월 중 최종 임용할 예정이다. 사학연금의 기금 운용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9조7000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유일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도 차기 투자운용부문장(CIO) 인선을 위한 사전 절차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지난해 말 기준 2320억달러(약 3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한다. 글로벌 국부펀드 운용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훈 현 CIO의 연임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현재는 후임 인선 쪽에 무게가 실린다. 차기 CIO는 해외 주식·채권은 물론 사모주식,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경찰공제회도 CIO 인선 막바지 절차에 접어들었다. 경찰공제회는 2월 CIO 공고를 냈고 시장에서는 다수의 후보자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공제회는 지난해 말 정관 개정을 통해 주식 투자 한도를 기존 10%에서 15%로 높인 만큼, 신임 CIO 선임 이후 자산배분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연금 역시 CIO 교체 가능성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서원주 국민연금 CIO는 지난해 연장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임자 선임 전까지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직 인력 확충에 나섰지만 차기 CIO 공모 절차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2월 말 기준 1610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한다.
시장에서는 대형 LP의 CIO 교체가 단순한 인사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금리 인하 기대와 지정학 리스크,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국내 증시 반등 등 자산시장 변수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상황에서 새 투자 책임자의 성향에 따라 주식·채권·대체투자 비중과 위탁운용사 선정 기조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하반기부터 연기금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변화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성장펀드 출범 기대와 연기금 벤치마크 내 코스닥지수 5% 반영 결정이 맞물리면서 코스닥 비중 확대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단기간 전고점을 높인 만큼 성장주와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 일부가 옮겨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새 CIO의 투자 성향과 각 기관의 배분 전략에 따라 코스닥 편입 속도와 포트폴리오 조정 폭이 달라질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형 LP의 CIO 교체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하반기 자금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변수”라며 “특히 코스피가 단기간 고점을 높인 상황에서 연기금의 벤치마크 조정과 새 CIO의 배분 전략이 맞물리면 코스닥을 비롯한 성장주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