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산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60세 남성 조모 씨가 입을 뗐다. 한동안 투표를 하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나왔다는 그는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면서도, 동네 걱정을 한가득 쏟아냈다. "주변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고, 하천도 정비되면 좋겠다." 견고한 지지의 밑바닥에 깔린 변화에 대한 기대, 그리고 기대가 빗나갔던 데서 오는 미덥잖음이 이날 투표장 곳곳에서 교차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이날, 계양을 일대 투표소는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낮 최고기온이 28도를 넘는 강한 햇볕 아래에서도 사전투표를 하려는 줄이 투표소 밖까지 길게 늘어섰다. 손을 맞잡고 온 2030 커플부터 온 가족이 삼삼오오 모인 무리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와, 많이 왔네." 줄을 본 한 50대 남성이 혼잣말을 흘렸다. 투표를 마치고 나와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젊은 유권자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이날은 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사전투표에 나서 독려한 가운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계양을은 이재명 대통령의 옛 지역구이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선을 한 곳으로, 대통령 당선으로 의석이 비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민주당 텃밭'이다. 이 지역구는 17대(송영길)·19대(최원식)·21대(송영길) 총선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모두 50%대 중후반을 득표해 보수 후보를 두 자릿수 포인트 차로 눌렀다. 다만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이재명 후보(54.1%)와 원희룡 후보(45.5%)의 격차가 8.7%포인트로, 21대(약 20%포인트)보다 크게 좁혀지기도 했다.
"계엄이 결정적"…당·대통령 향한 표심
표심을 묶은 키워드는 '계엄'이었다. 어머니, 이모와 함께 생애 첫 투표를 하러 나온 19세 계양2동 주민 정모 씨는 "민주당에 표를 던질 것"이라며 "가족도, 주변 지인도 다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이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이 제일 큰 이유"라고 꼽았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되고 고유가 지원금 같은 혜택이 많아져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계양동 주민 60대 여성 이모 씨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가 이번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며 김남준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해온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50대 여성 김모 씨는 "사전투표를 했고 박찬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를 뽑았다. 계속 민주당"이라고 했다.
지지의 무게추는 당과 대통령에 실려 있었다. 한동안 투표를 하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나왔다는 조모 씨는 "이재명 대통령과 송영길을 지지해왔고, 김남준도 같이 지지한다"고 했다. 작전동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40대 남성 임모 씨도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해왔고 이번에도 김남준을 찍었다"면서도 "다른 후보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낙후된 계양, 이번엔 달라지길"…기대 한가득
변화를 향한 기대는 생활밀착형 바람으로 이어졌다. 첫 투표를 한 정 씨는 "계양동에 쓰레기통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 "일자리를 위한 청년 자격증 지원금이 많았으면 한다"고 했다. 투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20대 초반 여성 권모 씨의 바람도 "청년 일자리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임 씨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고, 사고가 나면 즉각 대응이 됐으면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고유가 지원금 등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표심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프레시안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5월 26~27일 계양구을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남준 후보는 60.7%, 심왕섭 후보는 17.2%, 김현태 후보는 10.9%로 나타났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서도 김 후보가 67.0%로 가장 높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 5.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28일~선거일) 시작 직전 공개된 것으로, 이후 막판 표심 변화는 조사로 확인되지 않는다.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선거 때만 얼굴"…기대 뒤의 회의, 야권의 균열
다만 견고한 지지가 곧 만족을 뜻하진 않았다. 김남준 후보를 찍은 60대 여성 이모 씨는 "주변 경관과 교통 여건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공약대로 다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선거 때만 얼굴을 비추고 평소에는 안 보이는 경우가 많더라"며 회의를 드러냈다. 거물 정치인을 여럿 배출하고도 동네는 그대로였다는 정서다.
불만은 야권 지지층에서 더 날카로웠다. 심왕섭 후보를 찍었다는 70대 작전동 주민은 "이재명 정부 들어 고물가·고환율로 서민 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주변을 보면 심왕섭 후보가 김현태 후보에게는 못 미치는 것 같다. 단일화를 못 했다"며 보수 진영의 분열도 짚었다.
동네 현안에 대한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작전동에 사는 50대 남성 박모 씨는 "꽃마루공원 간이화장실이나 골목 낙후 해결을 위한 재개발 같은 이슈가 있는데 해결이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같은 동네의 또 다른 주민은 "민주당은 공천만 받으면 되다 보니 동네에 신경을 안 쓴다"며 "계양의 허리인 계양구청 쪽 교통 문제가 큰데 버스로만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침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현태 무소속 후보의 출마를 두고는 따가운 시선도 나왔다. 60세 조모 씨는 "김현태는 후보는 계엄을 했던 군인으로서 어떻게 바로 선거에 나오나"라며 "손바닥 뒤집듯 하면 안 된다. 누가 군인을 믿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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