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공화 쪽 ‘한국, 쿠팡 차별’ 보고서…“국정원이 기기 회수 압박”
한겨레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쪽이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소유 기업을 차별적으로 공격해왔다고 주장하는 중간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국가정보원이 쿠팡 사건 수습 과정에서 쿠팡 직원에게 중국 현지 회수 작전을 사실상 압박한 뒤 관여 사실을 부인하고, 미국 시민권자인 쿠팡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형사 처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하원 법사위는 1일(현지시각) ‘경쟁 차단: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35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법사위 공식 명의로 공개됐지만, 정식 하원 보고서 번호가 붙은 초당적 보고서가 아니라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행정국가·규제개혁·반독점 소위 위원장 산하 다수당 스태프가 작성한 ‘중간 조사 보고서’다.
보고서는 쿠팡과 관련해 국정원 관련 대목을 가장 강하게 문제 삼았다. 쿠팡 전직 직원이 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 소재 로펌에 기기와 진술서를 넘기자, 국정원이 “중국에서는 활동할 수 없다”며 쿠팡 쪽에 ‘직원을 로펌으로 보내 이를 대신 인수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앞서 12월2일 국정원법 제5조를 근거로 든 공문을 보내 협조가 법적 의무임을 밝힌 바 있었고, 이후 쿠팡이 ‘직원을 중국에 보내는 게 위험하다’고 우려하자 같은 법적 근거를 재차 언급하며 압박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또 보고서는 대통령실 고위 인사가 쿠팡에 ‘국정원과 긴밀히 협조해 전직 직원의 기기를 회수하고 국정원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쿠팡 쪽이 지난해 12월 국정원과의 협조로 상하이에서 기기를 확보했다고 알리자, 이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했고, 다음날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음을 확인하며 다시 ‘국정원 지시를 따르라’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쿠팡 직원이 기기와 진술서를 로펌에서 넘겨받은 뒤 국정원이 이를 중국 내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없는 장소에서 인수해 외교행낭으로 한국에 반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국정원이 ‘쿠팡에 지시한 적이 없다’며 관여 사실을 부인했고, 국회 청문회에서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정부 지시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증언하자 국정원은 국회에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또 보고서는 전직 직원이 강물에 버린 노트북을 쫓아 국정원이 잠수부까지 동원해 이를 찾도록 쿠팡에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하원 법사위 공화당 다수당 스태프가 쿠팡 제출 자료와 쿠팡 임원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한 문건으로, 민주당 쪽 공동 명의나 별도 의견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한국 정부와 규제 당국의 반론도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정원은 2일 입장을 내어 보고서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국정원은 “‘사고 조사’에 대해 쿠팡 측에 어떤 지시·명령이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 쪽에서 제공받은 자료 역시 “(쿠팡이) 경찰에 이미 제출한 자료”라고 밝혔다. 쿠팡 전 직원의 기기 회수를 국정원이 지시했다는 내용도 부인했다. 국정원은 쿠팡 쪽 요청에 따라 “(장비의) 국내 이송을 지원했을 뿐”이라며 “쿠팡 측의 일방적인 허위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김채운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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