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차량서 케이블타이 뺀 수사팀장 체포…국수본 뒤늦게 나서
한겨레
‘광주 고등학생 살인사건’을 수사한 경찰 수사팀장이 피의자 장윤기의 차량 수색 과정에서 핵심 물증인 ‘케이블타이’를 누락한 정황이 확인돼 6일 긴급체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이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으나, 사안의 중대성에도 초기 대응 과정에서부터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광주경찰청에 사건을 맡기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장씨 사건의 수사팀장이었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박아무개 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감찰 과정에서 장씨의 차량 수색 중 케이블타이를 발견한 장면을 촬영한 현장 검증 영상을 확인했는데, 정작 수사팀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해당 영상과 케이블타이 관련 내용을 누락했다. 케이블타이는 사람을 묶는 데 사용된다는 점에서 납치·강간 등 장씨의 범행 동기를 밝혀줄 수 있는 핵심 단서로 볼 수 있는데도, 이를 빼놓은 것이다. 경찰청은 박 경감이 최근 수사팀 관계자에게 해당 영상을 지우라고 지시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경감이 긴급체포된 이날 오전에야 경찰로부터 케이블타이 관련 내용이 빠진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광산서 수사팀이 차량 수색으로 블랙박스를 확보하지 못한 점을 두고 증거물 은폐 의혹이 제기된다. 수사팀은 초기 차량 감식 뒤 검찰에 ‘압수할 물건이 없다’고 통보했고, 블랙박스 유무를 묻는 검찰 질의에도 ‘블랙박스가 없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5월14일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한 결과, 차량 트렁크에서는 장씨가 지난해 1월 블랙박스 교체 전 사용했던 메모리카드가 발견됐다.
광산서 수사팀의 증거인멸 정황이 실제로 확인되면서, 경찰청은 이날 27명 규모의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팀장은 수사 감찰을 진행했던 홍장득 경찰청 수사인권담당관이 맡았고,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인력과 광주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투입됐다. 특별수사팀은 광주청 지휘라인을 배제한 채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수사 결과만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전날 수사 감찰 내용을 보고받고 수사 전환을 지시한 홍석기 국수본부장은 “유구무언”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수본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신속한 신병 처리와 관할 문제 등을 고려했다”며 이 사건의 지휘·감독 기관으로 ‘수사 감찰’ 대상이기도 광주경찰청에 수사팀을 구성했다가, 오후에 돌연 경찰청 국수본 인력 투입 결정을 알렸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의 신뢰성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는 중대한 사안인데도 지나치게 기술적으로만 접근한 것”이라며 “애초에 국수본이 직접 수사하거나 다른 시도청에 사건을 맡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부실 수사 의혹이 실제 강제 수사로 이어지면서, 이번 사안은 검찰청 폐지 등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앞두고 경찰의 도덕성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되는 모양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입장에서는 검찰청이 오는 10월 사라지면서 수사권이 집중되는 상황에, 오히려 수사력에 중대한 의문을 갖게 만드는 사건이 터진 것”이라며 “보완수사 논의를 앞두고 중대한 위기 상황인 만큼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조회 0·스크랩 0·공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