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미 강제노동 추가관세, 한국은 유예하거나 10% 적용해야”
한겨레
한국무역협회가 미국이 ‘강제노동’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에 12.5% 추가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며, 관세 시행을 유예하거나 세율을 10%로 낮춰야 한다고 요청했다.
무협은 6일 윤진식 회장 명의로 미 무역대표부(USTR)에 낸 의견서에서, 한국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뒤 공개된 공동 팩트시트에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2일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조처를 실효적으로 집행하거나 관련 약속을 한 경제권에는 10%, 그렇지 않은 경제권에는 1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은 12.5% 적용 대상으로 분류됐다.
무협은 우선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시행을 미뤄 두 나라가 협력 방안과 제도 정합성을 논의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가 불가피하다면, 한국에 적용되는 추가관세율을 10%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미국 쪽 판단을 뒷받침할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담았다. 무협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이 한국 시장에서 미국 제품과 직접 경쟁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강제노동 생산품이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갔거나 미국 시장을 왜곡했다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협은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협약 제29호를 비준했고, 근로기준법·선원법·형법·인신매매방지법 등을 통해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도 협력사 행동규범과 내부 정책을 통해 강제노동 생산품 거래를 막고 있다고 부연했다.
추가관세가 미국 산업에 부담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무협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기계, 화학제품 등에서 한-미 제조업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된 만큼,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에 쓰이는 중간재에 관세가 붙으면 미국이 강화하려는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무협은 또 강제노동 연루 위험이 낮거나 미국 상거래에 피해를 줬다는 증거가 부족한 제품, 강제노동 생산품 거래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기업의 제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무협은 “공식적인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제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산 제품에 광범위한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한-미 어느 쪽의 경제적 이익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9일 워싱턴디시(DC)에서 열리는 미 무역대표부 공청회에 참석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 3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관련 조사에 착수했고, 한국은 두 분야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강제노동 조사에 따른 12.5% 추가관세가 확정되고 과잉생산 조사 관련 관세 조처까지 더해질 경우, 한국산 제품의 대미 관세 부담이 기존 상호관세 15%보다 커질 수 있다.
유하영 기자 yhy@hani.co.kr
조회 0·스크랩 0·공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