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이동통신과 AI 융합의 과제[청계광장/이성엽]
머니투데이
AI 작동 지능형 이동통신 4년뒤 상용화
투자 급증 비해 요금은 제자리 한계 직면
규제 풀어 통신사의 새 수익원 만들어야
이동통신은 약 10년마다 새로운 세대로 발전해 왔다. 1980년대 1G(generation)는 음성통화만 가능했으나, 1990년대 2G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문자메시지를 가능하게 했다. 2000년대 3G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2010년대 4G는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를 열었다. 5G는 초고속·초저지연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팩토리 같은 산업 서비스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처럼 이동통신은 음성에서 데이터·멀티미디어로, 다시 산업·AI 융합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다.
2030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는 단순히 인터넷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은 AI와 통신의 융합을 6G의 핵심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또한 통신망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 역할을 하고, 지상 기지국뿐 아니라 위성까지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끊김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한마디로 6G는 빠른 통신을 넘어 AI가 작동하는 지능형 인프라가 되는 것이다.
AI와 6G 융합은 두 방향으로 이뤄진다. 첫째는 AI가 통신망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AI for 6G) 이다. AI는 통신량을 예측해 전력을 절약하고, 장애를 스스로 찾아 복구하며, 네트워크를 자동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운영되는 자율 네트워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둘째는 통신망이 AI가 더 잘 작동하도록 돕는 것(6G for AI) 이다. AI 서비스는 엄청난 연산 능력과 빠른 응답 속도를 필요로 한다. 스마트폰이나 로봇이 계산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기지국이나 통신망의 컴퓨터를 활용해 더 빠르게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두 가지가 만나는 대표 기술이 AI-RAN(Radio Access Network, 무선 접속망)이다. RAN은 기지국을 중심으로 한 무선통신망으로 지금까지 기지국은 통신 신호만 처리했지만, 향후 AI 연산도 수행하는 소규모 AI 데이터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의 통신사들은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구축하며 오늘날 AI 시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동안은 통신사가 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pipe)'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제공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망 투자 비용은 계속 늘어나지만, 가입자 성장은 한계에 달했고 통신 요금 수익은 제자리다. 늘어난 데이터 사용으로 생기는 수익은 플랫폼이나 콘텐츠 기업으로 귀속된다. 이제 통신사는 통신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G 시대에 통신사가 나아갈 방향은 첫째, 통신망을 데이터 전달망을 넘어 국가 AI 인프라로 바꾸는 것이다. 전국의 기지국과 통신시설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사이를 연결하는 분산형 AI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고, AI 연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AI를 활용해 네트워크 운영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설계부터 장애 관리, 유지보수까지 AI가 스스로 처리하는 자율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 품질도 높일 수 있다.
다만, 6G의 성공은 기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응용 서비스가 있어야 통신사도 수익원이 생겨, 지속적으로 네트워크에 투자할 수 있다. 5G에서도 네트워크 슬라이싱(slicing) 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과 원격의료가 기대를 모았지만, 규제 이슈 등으로 실제 활용은 제한적이었다. 6G 시대에는 기술개발과 함께 산업 현장의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5G에서와 같은 세계 최초 경쟁은 의미가 없다. 5G에서 확인했듯 세계 최초 타이틀이 곧 산업 생태계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전력망이 그렇듯, 통신망은 이제 AI 시대의 국가 전략자산이다. 자국의 지능형 인프라 없이는 AI 산업도, 데이터 주권도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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